사회 사회일반

'轉院 플랫폼'으로 골든타임 사수…응급환자 살린다

[메디컬인사이드]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인근병원 연결 '전원연계망' 개발

전원 최종 승낙 1시간 채 안 걸려

협력 병원 10곳서 1250건 수용

의료진 부담 '뚝'…환자 안전 '쑥'

사진 제공=서울대병원사진 제공=서울대병원




#평소 지병이 없었던 60대 여성이 원인모를 복통과 구토 증상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소견은 천공을 동반한 급성 담낭염. 외과 당직의는 복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대병원에선 즉각 수술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더 빨리 수술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기로 결정하고, 전원 연계망을 통해 서울시에서 담낭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검색했다.



서울대병원 전원담당 간호사는 검색된 병원 목록 중 거리상으로 가장 가깝고 전원 의뢰가 가능한 B병원으로 전원의뢰서를 보냈다. 전원연계망을 이용하면 의뢰서 작성과 동시에 B병원 전원담당 의료진에게 문자가 전송된다. 별도로 전화 연락을 하지 않아도 전원 문의를 할 수 있어 시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당일 촬영한 복부 CT를 클라우드에 전송할 수도 있다. B병원 외과 의료진은 CT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전원연계망에서 '수용'을 선택했다. 전원 의뢰 후 연락을 기다리던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신속하게 전원 절차를 진행했고, 환자는 B병원에서 무사히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전원이 필요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찾고, 전원을 의뢰해 최종적으로 전원 승락을 받기까지 총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총괄교수(응급의학과)는 13일 서울경제와 만나 "웹과 모바일 기반의 전원연계망을 활용하면서 병원 간 환자 전원이 한결 효율적으로 바뀌었다"며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까지는 의료진이 일일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는 방식으로 전원이 이뤄졌다. 주변의 준종합병원급 응급실에 전화해 급성 담낭염 수술 가능 여부를 묻고, 전원이 필요한 환자의 상태를 설명한 다음 전원 가능 여부에 대한 확답을 기다리는 식이다. 홍 교수는 "5곳에만 전화를 돌려도 꼬박 한 시간이 걸린다"며 "구두로만 진단명을 전달하다보니 막상 환자가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컨디션과 달라 또다시 전원해야 하는 사례도 종종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의 응급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중증 외상·심정지·뇌혈관질환 등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 응급환자 15만 여명 중 4.1%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 문제는 전원이 지체되는 사이 치료가 시급한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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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정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총괄교수가 전원연계망 개발 및 도입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권욱 기자홍기정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총괄교수가 전원연계망 개발 및 도입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권욱 기자


홍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전원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오히려 기존 병원들이 가진 의료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춰주는 것이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 자원이 풍부한 서울에서 중증 응급환자 치료가 지연되는 것도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총괄팀이 2년 여전 전원연계망 개발에 착수한 건 이러한 연유에서다. 전원연계망은 웹·모바일 기반으로 병원 간 응급 환자 전원을 연계하는 플랫폼이다. 서울 소재 병원 200여 곳의 의료자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원기관 검색, 전원 의뢰, 전원 수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위치 뿐 아니라 의료자원별로 필요한 기관을 모아볼 수 있다. 2개 이상의 시술을 요하는 환자를 전원할 때도 상세검색 창에서 관련 조건을 선택하면 가능한 병원이 정렬된다. 지난해 7월 개발을 완료하고 11월부터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청구성심병원, 신일병원, 녹색병원, 성애병원, 양지병원, 구로성심병원, 영등포병원, 대명요양병원 등 10개 협력 의료기관이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올해 9월 5일 기준 전원연계망을 통한 검색 건수는 총 1980건이다. 응급실 간 전원 의뢰는 총 1250건 이뤄졌고 그 중 412건이 수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7월부터는 영상검사 결과를 의뢰서와 함께 전송할 수 있는 ‘응급환자 영상검사 클라우드 공유시스템’도 구축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의무기록에만 의존해 환자 수용여부를 판단해야 했던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것”이라며 “의료진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도 증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지역책임의료기관과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를 비롯해 서울 권역 모든 의료기관으로 전원연계망 참여 병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중증 응급환자들의 골든타임 내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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