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십억 들여 직업계고→AI고 바꿨는데 충원율 ‘뚝’ …"세심한 대책 필요"

서울교육청, 3년간 10개 특성화고 AI·빅데이터고 지정

전환 완료 8개교, 25억원 투입에도 충원율 크게 하락

서울시교육청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 여파 가장 커"

"인프라·숙련 교사 및 취업 전략 등 세심한 대책 필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9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9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 양성과 특성화고 인기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 억원을 투입, 특성화곳 8곳을 인공지능(AI)·빅데이터고를 지정했으나 정작 전환 이후 학생들로부터 더욱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가장 크지만 인프라와 숙련된 교사가 부족한 데다, 직업계 고교생에 맞는 세밀한 취업 전략도 부재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윤석열 정부도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직업계고 AI 교육 강화를 위해선 보다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성화고 살리자' 25억 쏟았지만 충원율 ‘뚝’=14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1년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AI·빅데이터고 8곳의 2022학년도 충원율은 73.34%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서울 지역 전체 68개 특성화고 평균 충원율인 79.45%보다 밑도는 수치다.

AI·빅데이터고는 지난 2019년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 방안'에 따라 지정된 특성화고다. 2021년~2024년까지 5년간 10개 특성화고를 AI·빅데이터고로 전환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전문기술인을 고교 때부터 양성하고 나날이 하락하는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높여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업 첫 해인 2020년엔 서울디지텍고와 선일빅데이터고, 선린인터넷고, 성동공고 등 4개교를, 2021년엔 광운인공지능고와 세명컴퓨터고, 서울인공지능고, 한세사이버보안고 등 4개교를 지정했다. 올해는 서울로봇고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등 2곳이 지정됐다. 각 학교들은 지정 다음 학년도부터 AI·빅데이터고로 신입생을 모집해 학교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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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교는 실습환경경개선, 프로그램운영, 교원역량개발, 학교(학과) 홍보 선정 등을 위해 지정 다음년도에 교당 3억원, 다다음 년도에는 2500만원을 지원받는다. 올해까지 8개교에 25억원이 지원됐으며 내년도에는 7억원이 지원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학교는 오히려 AI·빅데이터고로 전환된 이후 충원율이 크게 하락했다. 2020년 처음 지정된 4개교의 충원율은 지정전이었던 2020학년도에는 무려 95.65%에 달했지만 지정 첫해인 2021학년도에 87.68%, 올해는 76.9%로 하락했다. 특히 성동공고는 2020학년도 100%에서 올해 52%로 반토막 났으며 선일빅데이터고 역시 같은 기간 97.2%에서 67.5%로 3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2021년에 지정된 4곳 역시 지정 전인 2021학년도에는 82.83%의 충원율을 기록했으나 지정 첫해인 2022학년도에는 69.78%로 하락했다. 세명컴퓨터고를 제외한 3개교가 기존 70~80%대에서 모두 60%대로 내려앉았다. 8개 학교 모두 전환 이후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취업률은 없는 상태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인프라·교사·취업전략 부족도 원인 꼽혀=서울시교육청은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가장 컸다는 입장이다. 실제 인기 하락과 학령인구 감소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서울 지역 전체 특성화고 평균 충원율은 △2020학년도 88.8% △2021학년도 83.9% △2022학년도 79.45%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미래 산업수요에 맞춰 학과 재구조화 사업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고 있지만 특성화고들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특성화고뿐 아니라 모든 학교의 충원율이 떨어지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AI고의 경우도 학교별 상황도 다르고 사업 초기인 만큼 앞으로 보완을 거쳐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AI 교육계에선 숙련된 교사와 인프라 부족, ‘취업 전략’ 부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교육청이 AI고 지정 방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교육 현장에선 특성화고의 고질적 문제인 취업 전략은 부족해 ‘간판 바꿔 달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아직까지 졸업생이 배출되진 않았으나 간판 바꿔달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정부도 최근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 방안'을 발표하면서 직업계고의 디지털분야 교육 강화룰 추진하는 만큼 보다 세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AI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에서도 가르칠 사람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인데 과연 이보다 열악한 고교 수준에서 의도했던 대로 인재가 길러질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AI·빅데이터 학습 내용의 수준이 높아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외면할 가능성이 높고, 너무 낮아도 취업으로 연계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AI고 지정에 앞서 교원을 확보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30억을 쏟아부었다"며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AI고를 비롯한 디지털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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