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교육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게는 어려운 과목이라는 이유로 전공 선택을 제한하는 등 전반적인 대입 응시율 자체가 하락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러진 대학 입학시험에서 남성과 달리 여성 응시자는 일부 전공으로는 응시할 수 없었다. 특정 대학과 지역에 따라 여성의 응시가 제한된 전공은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공학, 경제학, 수의학, 농학, 언론학 등 전공에는 여성이 응시할 수 없었고 대신 간호학, 조산학, 문학 등의 학과는 지원할 수 있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려고 했다는 서부 출신의 한 여학생은 CBS 방송에 "이 억압자들과 여성의 적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공부하게 두질 않는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이들은 여성이 이러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면서 아이를 더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동부 낭가하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한 파티마(19·가명)는 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려고 했지만, 그 꿈이 좌절됐다. 닝가하르 대학이 전체 13개 학부에서 언론학부를 포함한 6개 학부는 여성 지원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티마는 BBC에 "10명 정도 되는 여학생들은 (선발) 안내장을 받고, 우리가 원하는 학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 고등교육부에서 입시를 책임지는 압둘 카디르 카무쉬는 BBC에 "(대학에서) 여성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지원자 수가 적다"며 "그래서 우리가 여성들이 일부 학과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대부분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의 등교가 자체가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대학 입학시험 응시율도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동부 라그만주에서는 지난해 여성 1200명가량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한 반면 올해는 182명으로 축소됐다.
문제는 향후 더욱 여성 대입 응시생 수가 줄어들 전망이라는 점이다. 탈레반이 중고교 여학생 등교 중지 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앞으로 여성 대학생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