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창용 “韓 빅스텝은 美 자이언트스텝 수준…시장과 소통 쉽지 않아”

美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서 강연

고물가 고착화 막기 위해 7월 빅스텝 단행

과도한 시장 반응 막으려 25bp씩 인상 예고

9월 발표된 美 연말금리 예상보다 50bp 높아

‘전략적 모호성’ 과거 관행 깼으나 시장 오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장,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10.12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장,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10.12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미국은 10%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60%가 훨씬 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의 50bp(1bp는 0.01%포인트) 금리 인상은 미국의 75bp 인상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창용 총재는 15일(현지시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강연을 통해 두 번의 빅스텝을 밟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7월과 10월에 각각 금리를 50bp씩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먼저 7월 빅스텝을 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높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4%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고물가 상황 고착화를 막기 위한 강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상 처음으로 소위 빅스텝을 하면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빅스텝 결정 당일 ‘당분간 금리를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해 나가겠다’라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강조했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했다.



이 총재는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첫째, 유가 하락 등으로 물가가 3%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시장이 역사상 처음 50bp 인상된 사실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라며 “둘째는 지난 1년간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125bp)한 데 따른 영향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셋째로는 미국의 경제여건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편이며 노동시장 과열도 덜한 상황이어서 연속 빅스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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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10.12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10.12


그러나 이 총재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잭슨홀 경제심포지엄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 기대가 크게 강화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어느 정도 예견된 내용이었으나 9월 연준의 점도표로 나타난 연준의 2022년 말 금리는 한은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50bp 이상 높아진 수준이었다”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도 크게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이 10월에 다시 한번 빅스텝을 한 것은 25bp씩 올리겠다는 전제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 환율 상승으로 5~6%대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은은 특정 수준의 환율을 방어하려 하진 않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이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엔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11월 미 연준의 결정,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움직임, 중국 당 대회 후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가능성,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재가 당분간 25bp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하면서 한미 역전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면서 원화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9월 FOMC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조건부를 이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Feb로부터는 독립돼 있지 못하다”라는 말로 설명도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commitment)이나 약속(promise)으로 여기는 것 같다”라며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애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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