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카카오(035720) ‘먹통’ 사태와 같은 크고 작은 IT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초연결 시대’를 가능하게 해주는 네트워크 기술 발전과 코로나19로 인한 급속한 온라인 전환에 피해 범위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의 취약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16일 IT 업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장애로 많은 이용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10월 25일 있었던 KT 통신망 장애 사고를 들고 있다.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당시 오전 11시 16분부터 오후 12시 45분까지 KT 통신망 장애가 발생하면서 KT 이용자들의 유무선 인터넷·통신이 전국적으로 마비됐다.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멈추며 식당에서의 결제는 물론, 온라인 수업과 주식 거래도 중단됐다. 2018년 11월 24일 아현국사 화재보다 지속 시간을 짧았지만 피해는 전국적으로 번지며 충격이 컸다. 아현국사 화재 여파는 하루 이상 지속됐지만 피해 지역은 서울 마포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 일대에 국한됐다. 결국 지난해 KT 통신망 장애는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와 같이 ‘초연결 사회’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SK C&C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은 데이터센터 사고도 발생했었다. 우선 2012년 4월 LG CNS의 가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전원 장치 이상으로 카카오톡과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가 4시간가량 멈췄다. 전원 장치 이상으로 서버에 전원이 차단되면서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2014년 4월에는 과천에 있는 삼성SDS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불로 10층 건물이 전소되면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등의 홈페이지 접속은 물론 카드 결제 시스템 오류로 삼성카드 결제와 채용 시스템이 중단됐다.
당시 국내 데이터센터 상당수가 분할 저장 이원화 시스템과 화재나 지진 등 재해복구(DR)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다시 발생한 것은 결국 여전히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톡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장애는 올해에만 13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5년간 네이버는 38건, 카카오는 19건으로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장애가 구글·메타 등 글로벌 사업자들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여러 사고로 DR과 데이터 이원화는 이제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잡혔는데 이번 사고는 이해가 안 된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봐야겠지만 이 정도 시스템 다운이면 소수의 데이터센터에 모든 데이터를 다 몰아두고 제대로 된 백업마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면서 전산 장애 및 해킹과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 등에 의한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에만 부과했던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네카오(네이버와 카카오를 합쳐 부르는 말) 등 부가통신사업자에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3년간 금융 업권에서 발생한 전산 장애는 781건, 피해 추정액만 346억 4241만 원으로 파악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 급증으로 전산 장애도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잠재적 피해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1월 25일 인터넷을 통한 전자거래·금융·예약 서비스가 전면 중지되며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디도스 공격 위험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해킹과 디도스 공격 등으로 인한 국내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는 매일 1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