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인의 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46조 원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같은 내용의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필요한 이유’ 보고서를 17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내 법인의 암호화폐 투자 시 △경제가치 창출 △고용 증대 △투자자 보호 강화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문제 해결 등 네 가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경제적 가치만 4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코빗 리서치센터의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암호화폐가 전 세계에 도입될 때 2030년 GDP는 지난해보다 1조 931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GDP 점유율 1.7%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GDP가 약 330억 달러(한화 46조 원) 늘어나는 셈이다. 2030년까지 고용도 약 15만 명 늘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1만 9000명으로 이는 2021년 말 국내 신규 취업자 37만 명의 5%에 해당한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암호화폐 관련 업계 종사자가 전체 고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내가 미국보다 높은 만큼 암호화폐 산업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빗은 또 1980년대 후반 국내 증시에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질적 성장을 거둔 것처럼 암호화폐 분야에도 법인이 진출한다면 프로젝트별 정보를 해석할 역량도 높아지기 때문에 건전한 암호화폐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국민연금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연금 수익률을 높여 연금 소진 시점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선진국들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개인과 법인의 차이가 없다. 반면 국내는 지난해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 고객은 거래소 고객 확인 및 협업 은행의 실명계좌 인증까지 두 가지가 완료돼야 한다. 특금법에는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지만 현재 국내 은행은 법인에 거래소 이용을 위한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국내 기업 진출이 늦어진다면 이는 마치 과거 수출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해서 성장해야 할 때 외환 업무를 지원하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며 “법인의 암호화폐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과연 공익을 위한 최선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