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서울교육청 ‘디벗’ 석달간 수백 건 고장…눈덩이 수리비 우려

세 달 수리비만 최소 7000만원…年수억원 추산

전 중·고 확대 시 매년 최대 수십억원 이를 수도

3년뒤 기기 회수 후 재보급 시 대거 수리 불가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 4월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 4월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부터 시작된 서울시교육청 ‘디벗’ 사업 결과 불과 석달 동안 600건에 가까운 고장이 접수돼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벗 사업은 중학교 1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노트북·태블릿PC를 무상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중·고등학생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수리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초기부터 현장에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체계적인 사업 분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실시한 ‘디벗’ 사업 결과 6~8월에만 544건의 고장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벗은 '디지털(Digital)+벗'의 줄임말로 개별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사업이다. 올해 지급된 기기는 학생용 7만4701대와 교원용 기기 1만7887대 등 9만2588대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까지 3127억 원을 투입, 모든 중·고교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544건의 고장에 대해 6000만 원가량의 수리비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도 수리 비용의 20%(최대 4만 원)를 부담해야 해 최소 1000만 원 가량의 수리비를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학교가 자체 부담한 경우도 있어 수리에 소요된 총비용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라면 수리비로만 한 해 수억 원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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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유형으로는 액정표시장치(LCD) 파손이 236건(5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전원·충전 파손, 키보드·펜슬 등 액세서리 파손, 침수 등 다양한 유형의 고장이 접수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까지 모든 중·고생과 교원에게 스마트 기기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라 이러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 목표대로 지급 대상을 모든 중·고생으로 늘릴 경우 연 최대 수십억 원까지도 지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3년 후 기기를 회수해 다시 신입생에게 보급한다는 계획이어서 기기 노후화에 따른 수리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지적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7월 총 394개교 교원 6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학년도 스마트 기기 휴대 학습 디벗 정책 개선을 위한 설문'에서도 제기됐다. 설문조사에서 ‘부속품을 포함해 쉽게 파손된다’라고 응답한 교원은 13.7%로 ‘학생 기기 제어 등 관리가 어렵다’(19.2%), ‘활용하기 쉬운 다양한 콘텐츠가 적다’(15.6%)의 뒤를 이었다. 한 교사는 “3년 후 회수, 신입생에게 재배부 예정이라고 했는데 기기의 모든 구성품들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교사도 “지급된 펜의 펜촉은 소모품인데 수많은 학생이 교체를 요청해 학교 예산으로 추가 구매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스마트기기 무상 지급 사업을 두고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스마트 기기 구매 비용 약 620억 원을 포함해 올해 사업에만 680억 원가량이 투입됐고 2025년까지 모든 중·고교로 확대하는 데 3127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습 방해 우려도 큰 상황이다.

김병욱 의원은 “체계적인 사업성 분석 없이 막무가내로 태블릿부터 나눠주다 보니 현장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추진한 것이 선심성 태블릿 나눠주기를 위함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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