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음악회 못 나간다"…우크라 지휘자, 자택서 러軍에 피살

케르파텐코 “소위 ‘평화로운 삶’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한 음악회 참가 거부”

5월까지 러시아 비판하는 글 올려…9월 연락 두절

유리 케르파텐코. 키이우포스트 트위터 캡처유리 케르파텐코. 키이우포스트 트위터 캡처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음악회 참가를 거부한 우크라이나 지휘자가 총에 맞아 숨졌다.



16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이우 문화부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이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에서 음악회에 참가하기를 거부한 우크라이나 지휘자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휘자 유리 케르파텐코는 “헤르손 지역의 소위 ‘평화로운 삶’을 보여주기 위해 점령자들이 의도한 음악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설명했다.

10월 1일 개최된 음악회는 케르파텐코가 수석 지휘자로 있던 길레야 실내 오케스트라가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그는 “점령군과 협력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케르파텐코는 지난 5월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를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올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방검찰청은 고의적 살인과 함께 전쟁법과 관습의 위반에 근거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헤르손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그의 가족들은 지난 9월 케르파텐코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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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파텐코의 사망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국제 예술가들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소설가인 빅토리아 아멜리나는 “우리는 러시아 정권이 운동가, 언론인, 예술가, 지역 사회 지도자들과 점령에 저항할 준비가 된 모든 사람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크라인이라는 이유로 밝고 재능 있고 용감한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것을 듣는 것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음악가 세묜 비치코프는 이런 러시아인들의 행위가 “대학살”이라고 비판했다.

'죽음과 펭귄'의 저자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이제 유리 케르파텐코의 이름이 우크라이나에서 살해된 예술가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문화인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부지런히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든다”고 언급했다.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국립 오페라단 단장인 아나톨리 솔로비아넨코 역시 “정말 무섭다”며 “그가 의사였든, 노동자였든, 예술가였든 그것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는 인간이었고 그저 따르기를 거부했다”고 했다.

강사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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