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킹달러'에 해외 리츠 설립 올스톱…환헤지 부담까지 이중고

KB증권·이지스, 스위스 투자 연기

한투신탁은 '英 부동산 인수' 답보

달러-원화 가치差 커지며 수익률 뚝










‘킹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도 얼어붙었다. 달러 가치가 올해 초 대비 18%가량 오른 가운데 환 헤지 비용까지 급증하면서 신규 투자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스위스 취리히의 ‘위틀리호프’ 오피스 매입 계획을 연기했다. 7월부터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최근 환율이 크게 치솟은 데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7년여간 지속되던 마이너스 금리가 종식되는 등 시장 상황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해서다. 이들은 위틀리호프를 사들이면 글로벌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역시 글로벌 리츠 설립을 위해 매입을 추진하던 영국 카나리워프의 ‘20카봇스퀘어’ 인수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가 올해 초 대비 크게 뛰면서 그간 누렸던 환 헤지 프리미엄이 끝나고 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오피스 가격이 조정기에 들어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관련기사



올해 금리가 급등하면서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추진해온 해외 부동산 투자도 빙하기에 들어섰다. 당장 대출금리가 배로 뛰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해외 부동산의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고착화하자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해야 하는 국내 기관들의 부담이 훨씬 커진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물류센터 2곳을 인수하려다 최종 계약을 미루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미국 현지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겪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도 급등해 가격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환 헤지 비용도 급증했다. 해외 부동산은 원화와 투자 대상국 통화 간의 환율 변동에 따라 자산가치가 변해 현지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더라도 투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대부분 해외 부동산 거래 시 통화 관련 파생상품이나 선도 거래, 통화 스와프 등을 이용해 환 헤지를 실행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 헤지를 90% 이상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러와 원화 간 가치 차이가 커지면서 환 헤지 비용까지 급증해 수익률을 깎아먹고 있다. 환 헤지 비용의 기준이 되는 외환(FX)스와프레이트는 이달 초 -1.72%(3개월물)까지 떨어졌다. 연 5%의 수익을 내는 자산이라도 환 헤지 비용을 지불하면 연 3% 초반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셈이다.

신규 투자가 어려운 것은 물론 그간 투자한 해외 부동산 역시 수익률이 하락했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자산의 평가가치가 떨어졌는데 대부분 초기에 환 헤지가 이뤄져 지금처럼 달러가 강세인 경우에도 환차익을 통한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외화 자산을 투자할 때 100% 환 헤지를 하고 있어 비용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 헤지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돼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