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사라진 '풋옵션'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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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오랜 격언 중 하나는 평균으로의 회귀다. 그래서 금융시장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과거 사례를 분석하고 통계를 보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좀처럼 과거 사례나 통계를 통해 대응이 어렵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지금은 평균 자체가 변해버린 것이다.



시장의 혼란에 대해 허둥대는 것은 시장이나 정책 당국도 마찬가지다. 정책 당국 역시 금융시장이 지난 수년간 평균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생각, 아니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2% 물가 목표를 향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감내하겠다고 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고통(pain)이라는 단어를 7번이나 반복했다.

주목할 점은 정책 기조의 방향과 최근 상황에 대한 처방, 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자들의 대응이 완전히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주요국 통화정책은 완화적이고 재정정책은 긴축적이었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이후 디플레 압력이 워낙 강했다. 자산가격 하락을 막아야 했기에 풋옵션스러운 정책, 경기나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풀어 자산가격 하락을 막았다.



지금은 반대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보지 못했던 인플레 압력이 발생했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통화정책은 긴축적으로 전환되었다. 반면 물가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정책은 완화적이다. 올해 독일 등 EU 국가들은 에너지 보조금을 GDP의 3% 규모로 늘렸다. 영국 감세안 혼란도 이러한 재정정책 완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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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정책 조합의 의미다. 지난 10여년 동안 각국 정책은 자산가격의 하락을 막는데 초점을 두었다. 반면 최근 정책 기조는 콜옵션, 즉 일정 수준에서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형태로 나타났다. 코로나19까지만 해도 위기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은 기회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금융시장이 좋아질 때마다 비중을 줄이거나, 팔아야 하는 전략이 유효한 국면이 된 것이다. 시장의 하방을 막아줄 ‘풋옵션스러운’ 정책이 사라졌다. 올해 금융시장이 끔찍했던 배경 중 하나다. 이러한 정책 전환이 향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다.

우선 정책 실수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후행적인 인플레를 보고 정책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뒷북을 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침체를 야기시킬 만한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적으로 만들었다가 막상 침체 위험이 닥치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가격의 변동성 자체가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 확대는 자산가격의 기대수익률 하락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금리인상만으로 주요국들의 인플레가 통제되기는 버겁다. 향후 보다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통제 방법은 증세 등 재정긴축 정책이다. 물론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정치 사회적인 혼란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와 정치 사회 불안은 정비례한다.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자본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이 유리했다. 하지만 이제 노동력을 갖고 있는 평범한 가계의 힘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소득하위 계층의 임금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조금 완화되기 시작했다.

주가 자체의 상승 여력은 높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 수혜를 받는 산업들에 대한 관심은 유리하다. 친환경과 에너지, 관련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 또한 각 산업내 인력을 유지해내고, 투자를 늘리는 기업들이 소수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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