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행정소송 선고를 앞두고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과 여비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정 변호사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직원은 아무리 충실해도 거리를 둬야 한다”며 디지털포렌식(전자법의학수사)을 통해 복구된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박 시장이 시민단체 활동만 오래했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부하직원을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시장의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가 공개한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대화는 박 전 시장과 여비서가 2020년 2월 6일 주고받은 것이다.
여비서가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고고 굿 밤. 꺄 시장님 ㅎㅎㅎ 잘 지내세요”라고 대화를 보내자, 박 시장은 “그러나 저러나 빨리 시집가야지 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답했다. 이에 여비서는 “ㅎㅎㅎ 맞아요 우리 아빠”라고 답했다.
이같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 대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 저자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는 사실이다”라며 자신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소송 증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했으니 판사도 그 존재를 알고 있다.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화 내용에서 가장 뜨악한 부분이 여비서의 ‘사랑해요’였다”며 “처음에는 박 시장이 여비서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고 이래서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판단했구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사랑해요라는) 그 말을 꺼낸 것은 여비서였다”고 주장했다.
손 기자는 “생전에 박 시장이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하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박 시장이 '내가 아빠 같다'는 말을 했고, 여비서도 '맞아요, 우리 아빠'라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여비서의 '사랑해요'를 직장상사의 처신 수준에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한 쪽이 변심해서 문제 삼거나 나중에 공개되면 오해받기 딱 좋은 관계다" 박 전 시장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고 꼬집었다.
손 기자는 “여성단체와 인권위는 복원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왜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이 공개되면 A씨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까봐 박 시장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사건을 덮을 심산으로 비공개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인권위는 지난해 1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관련 조치를 내렸고,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지난해 4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심리에 들어간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3개월의 심리 끝에 애초 오는 18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선고일정을 내달 15일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