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로 최근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주장이 힘을 받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핵무기 비확산 체제 문제의 진전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스탠포드대에서 진행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부 장관과의 대담에서 “결국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고 비확산 체제를 진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국가가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핵 문제와 핵무기 비확산 체제 문제에 대해 “우리는 방어와 억제 및 유엔 차원의 다양한 조치를 취했으나 이는 여전히 진행되는 문제”라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북한이 올해 들어 전례없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이달 14일에는 해상완충구역에 포탄을 발사하는 등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자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며, 최소한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잘 경청하고 있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감안할 때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에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쉽지 않다”며 “전략자산의 상시순환 배치가 최대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번 대담에서 최근 북한이 도발하는 이유로 “북한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면 무시 당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다른 곳에 집중할 때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 우리는 여전히 문제이기 때문에 당신은 우리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상기시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관심 끌기’와 함께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반발 등으로 분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수개월간 이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인 한국, 일본과 함께하는 일을 상당히 늘렸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일본, 한국 간에 없었던 방식으로 되고 있다. 이는 한일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을 포함해 많은 이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은 이것을 봤으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도발)은 이에 대한 반응”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