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와 영양분을 온 몸에 전달하는 심장은 출생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심장이 분당 60~100회의 속도로 수축이완을 반복할 수 있는 건 3개의 관상동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동맥이 심장에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왕관(crown)처럼 보인다고 해서 '관상(冠狀)' 동맥이라고 불린다.
규칙적인 운동은 이러한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지나치게 강도 높은 운동은 오히려 관상동맥 석회화 발병을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기철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를 방문한 성인 2만 5841명을 평균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한 신체활동 수준에 따라 △비활동자 △중간 활동자 △고강도 활동자로 나눴다. 중간 활동자로 분류한 기준은 하루에 20분 이상 강한 강도로 일주일에 3회 이상 활동하거나 하루에 30분 이상 중간강도로 일주일에 5일 이상 활동하거나 600MET-min/주에 도달하는 걷기 또는 격렬한 활동의 조합 중 5일 이상 활동한 경우다. 1500 MET-min/주를 달성한 강도로 3일 이상 활동하거나 3000 MET-min/주를 달성한 걷기 또는 왕성한 강도 활동의 조합으로 7일 활동한 경우는 고강도 활동자로 분류했다.
연구팀이 관상동맥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해 석회화 지수를 측정한 결과 비활동자는 석회화지수 9.45점, 중간활동자는 10.2점, 고강도 활동자는 12.04점으로 집계됐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석회화 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을 5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 신체활동과 석회화 지수 증가의 연관성은 더욱 크게 두드러졌다. 고강도 신체활동자의 석회화지수는 비활동자에 비해 8배 가량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는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은 혈관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고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죽종(Atheroma)이 형성되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운동이 동맥경화반을 안정화 시키는 과정에서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고 관상동맥 석회화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대전제는 무너지지 않지만, 이에 관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성기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관상동맥 석회화가 운동 등에 의해 발생 또는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임상에서 이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영국 순환기학회 공식 학술지 '하트(HEART)'의 2021년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