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은 뒤 사적으로 유용한 한 유튜버에 대해 전문가는 “횡령·사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21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일단 기부한 목적 이외에 금전을 유용했기 때문에 횡령죄 혐의가 농후하다”며 “실제로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허위사실을 이야기해서 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기망한, 속인 형태이기 때문에 역시 사기죄 혐의도 있을 것 같다”고 상황을 짚었다.
앞서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13일 정인양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며 후원금을 모은 뒤 횡령한 혐의로 40대 남성 유튜버 A씨를 지명수배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A씨가 같은 해 11월 정인양을 추모하는 갤러리를 만들겠다며 후원금 약 2600만 원을 모금한 뒤 1500만원 상당을 개인 비용으로 썼다는 의혹을 담은 고발장을 받았다.
A씨는 후원금 사용처를 두고 자신의 방송에서 “간장게장을 먹든 뭘 하든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그러라고 후원금 준 거다. 기름값하고 밥도 먹고 고기도 사 먹고 그런다. 저 간장게장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을 줄곧 ‘정인이 아빠’라고 칭하며 후원을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A씨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도 있다”며 “(기부금이) 1년에 1000만 원 이상 누적되면 사실 행정안전부나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물론 지금 형량 같은 경우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등 실형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또한 “개인 후원금 누적액이 1000만 원 이상이 되면 등록하고 기부금품을 어디다 사용했는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을 검거해 (범행이) 발각되는 경우가 상당히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유야무야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것을 악용하는 일부의 몰지각한 금품 모집자가 생기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고발장이 지난해 10월 접수됐는데 최근에서야 수배가 내려진 이유에 대해선 “피고발자를 소환 조사해야 하는데 주소지로 알려진 곳에 소환장을 계속 보냈음에도 불구, 계속 반송됐다”며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안 되는 이런 상태가 되다 보니까 지금까지 1년가량 이렇게 지연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지명수배 상태인 것으로 봐서 A씨 소재를 파악하게 되면 체포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들었다. 그는 “이영학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돼서 (후원금 관련) 규정이 강화됐다”며 “(행안부가 기부금품 모집·사용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기간을 현재 14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직도 (후원금 횡령과 관련해) 여러 한계가 있다”며 “기부한 사람이 요구했을 때는 반드시 (기부금 사용 명세를) 공개할 수 있도록 의무조항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유튜버 A씨가 계약한 갤러리는 농업용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한 것으로 확인돼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검거하여 후원의 취지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