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달로 꼽힌다. 이 같은 ‘성수기’를 앞두고도 기업공개(IPO) 업계에선 싸늘한 반응이 감지된다. 경기·증시 침체로 대어(大魚)가 사실상 실종된 데다, 그나마 어렵사리 IPO에 도전한 기업들도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바이오노트·제이오·윤성에프앤씨 등 10곳 ‘도전장’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체적인 공모 일정을 밝힌 기업 중 오는 11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을 실시하는 기업은 총 10곳이다.
이 중 ‘조 단위 대어’는 1조 8712억~2조 2870억 원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으로 제시한 진단 시약 개발 업체 바이오노트가 유일하다. 계열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에 인체용 코로나19 진단키트 반제품을 납품하면서 2019년 40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2020년 6000억 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최대주주는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54.2%)이다. 다음 달 7~8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코스닥 시장에선 2차전지 도전재용 카본나노튜브(CNT) 개발 업체 제이오가 4999억~5999억 원의 희망 몸값을 제시해 11월 최대어로 꼽힌다. 2차전지 장비 업체 윤성에프앤씨도 희망 시총을 4229억~4947억 원으로 제시하며 다른 업체 대비 높은 몸값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KT(030200) 계열 전자책 서비스 업체 밀리의서재(공모가 기준 시총 1771억~2059억 원),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개발 업체 인벤티지랩(1610억~2203억 원), ‘미니특공대’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름을 알린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1932억~2388억 원) 등이 11월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불안한 성수기’ 보내는 IPO 시장…‘중소형 소부장주’도 긴장
보통 11월은 수요예측·일반청약에 나서는 회사가 가장 많이 몰리는, IPO 업계의 ‘성수기’로 꼽힌다. 흥국증권은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의 월간 신규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 11월에 평균 12.4곳의 기업들이 수요예측을 진행해 7월(10.6곳), 10월(8.8곳)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리 급등, 경기 침체 우려, 증시 부진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IPO 시장이 ‘불안한 성수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 전반의 공통된 인식이다.
11월에 공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일찌감치 상장 절차 중단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IPO 시장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최대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기대 몸값을 제시했던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고평가·중복상장 논란에 못 이겨 IPO를 중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에 공모주 시장에서 약진했던 ‘소재·부품·장비’ 중소형주들에 대한 분위기도 좋지 만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통신 반도체 전문 업체 자람테크놀로지가 IPO를 일시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람테크놀로지는 공모가 기준 시총이 최대 1609억 원인 중소형주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철회 신고서를 내고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시장 상황과 대내외 현안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공모를 철회한 회사가 대부분 SK쉴더스·원스토어·현대오일뱅크같은 ‘대형주’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람테크놀로지같은 중소형주가 IPO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우량 소부장주가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몸값을 인정받는 사례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20%가 넘는 영업이익률로 준수한 재무 실적을 보인 반도체 검사 업체 큐알티는 최근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17% 낮춘 가격에 최종 결정하기도 했다. 현재 IPO를 추진 중인 한 소부장 회사의 관계자는 “지금 투자 심리가 너무 나빠 재무 실적이 좋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마지막 조 단위 대어로 꼽히는 바이오노트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가면서 실적 역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진단키트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탓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어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