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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너家, 지주사 주식 매입 왜? … "승계 관행 변화 여부 관심"

6만여주 사들인 박지원 부회장





두산(000150)그룹 대주주 일가가 9년 만에 약 50억 원의 지주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가 매수라는 해석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형제가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아온 문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24일 두산의 공시에 따르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이달 17~25일 네 차례에 걸쳐 ㈜두산 주식 총 6만 3385주(0.39%)를 매입했다. 매입가는 주당 7만 6397~7만 9730원으로 총 49억 7904만 원이다. 박지원 부회장이 ㈜두산 주식을 매입한 것은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오너가의 지분 매입 소식에 ㈜두산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5% 급등한 8만 3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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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부회장은 두산그룹의 장자인 박용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현재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너 일가는 그룹 경영권에 대한 구설수를 우려해 보통 지주사 주식을 잘 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두산그룹 내 승계 원칙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창업 3세대까지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현재 두산은 ‘원(原)’자 돌림의 4세들이 계열사를 경영하는 ‘사촌 경영’이 자리 잡았다. 박용만 전 회장이 후임으로 자신의 자제가 아닌 조카 박정원 회장을 추천하면서다.

사촌 경영을 한다면 박정원 회장에서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으로 회장직이 넘어가야 한다. 지분율은 이미 박정원(7.41%), 박지원(5.32%), 박진원(3.64%) 순이다. 박지원 부회장과 박진원 부회장의 나이 차이도 세 살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승계 순서를 바꿀 이유도 크지 않다. 최남곤 유안타증권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번 박지원 부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박정원 회장이 4연임해 임기가 2024년 주주총회까지로 시간이 많이 남은 점, ㈜두산 주가가 많이 빠진 점 등을 들어 단순 저가 매수라는 시각도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은 박지원 부회장 개인의 일로 매입 배경 등에서는 알 수 없다”며 “형제 간 경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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