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의 키워드는 ‘경제위기’와 ‘약자 지원’이었다. 5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때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재정 건전성 개념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다만 연설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던 ‘자유’는 빠졌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19차례의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연설 도중 사진을 찍는 여당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25일 윤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지원(32회)’이었다. 취약 계층 지원 관련 예산을 자세히 언급한 결과다. 이어 ‘경제’와 ‘약자’가 각각 13회, 7회로 집계됐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 가장 먼저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 지원에 예산과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로 열린 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도 “약자 복지의 미흡한 점이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달라.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시정연설 전면 불참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국회’를 6번 언급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연설을 시작했고 “국회에서 법정 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달라”며 마무리했다. 예산안 의결을 위해선 거야(巨野)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추경안 시정연설 때와 달리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재정의 건전성’라는 표현을 단 한 차례 사용했다. 반면 이번 연설에서는 ‘건전’이라는 표현을 6회나 사용하며 새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재확인했다. 모두 ‘재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였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 ‘산업’ 등의 단어를 각각 9회, 5회 사용했다.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설명하면서 ‘청년(6회)’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앞서 기념사나 축사에서 자주 언급했던 ‘자유’ ‘연대’ ‘법치’ 등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짧은 연설 동안 경제위기 속 약자 지원이라는 메시지를 핵심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