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1년 유예된 미국의 중국 공장 내 장비 수출 금지 조치와 관련해 “팹(반도체 공장) 매각, 장비 매각, 한국으로 장비를 들여오는 것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내년 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한 데 대해서는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갈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여러 지정학적 이슈들이 사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의 1년 유예 조치가 (기간 도래 후에도) 1년씩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며 “다만 이런 가정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 우시 공장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반입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반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일부 EUV 레이어를 한국에서 백업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2020년대 후반까지는 우시의 D램 공장 운영에 심각한 이슈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에 따른 원가 상승은 일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회사는 최근 개발을 마친 238단 4D 낸드플래시는 내년 중반부터 양산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238단 4D 낸드플래시의 개발·양산은 문제없을 것”이라며 “2023년 중반부터 양산을 시작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미국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에서 개발 완료를 발표했고 고객 샘플은 2023년 초부터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엿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3% 줄어드는 등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노 사장은 “메모리가 기존에도 사이클이 있었지만 2022년 현재 상황에서 보는 메모리 다운턴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에 더해 지정학적 이슈가 겹쳐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공급자인 메모리 업체들도 고통스럽지만 많은 재고를 갖고 있는 고객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거시경제 상황이나 지정학적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운턴이 더 길어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올해 10조 원 후반대 수준인 투자 규모를 내년 절반 이상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낮은 제품으로 생산량 또한 줄여나갈 방침이다. 노 사장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며 “업계 재고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생산을 축소하는 것은 메모리 사업자 입장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D램은 복원력이 조만간 작동해 건전한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낸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복원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