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중 절반은 1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부모들이 책을 읽지 않는 가정에서 자녀가 책을 가까이할 가능성은 낮다. 김주남 국가브랜드진흥원 이사장은 “독서는 타인의 지혜를 간접 경험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국민 전체의 독서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급성장을 이끈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업이 직장인들에게 책을 읽도록 권장하면 독서 문화가 자연스레 가정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국내 기업들의 독서경영 트렌드가 양적·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올해로 9회 째를 맞은 ‘2022년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제’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제’는 독서 친화적 기업과 기관의 우수 사례를 발굴해 문화체육관광부 인증을 부여해 직장 내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사업이다.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과 국가브랜드진흥원이 공동 주관한다. 2014년 첫해 20개 직장 인증을 시작으로 매년 인증 기업 수가 늘었고 올해는 가장 많은 154개(신규 76곳·재인증 78곳)의 일터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 기업 수 증가와 더불어 관련 예산과 인프라를 갖춘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주로 신청했던 몇년 전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게 고무적인 현상이다. 4차산업혁명 등 경영환경 급변에 대응해 독서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업무 관련 책이 대다수였다면 요즘은 인문학·여행·육아 등으로 독서경영 관련 도서가 다양화하는 추세다. 독서를 활용해 경영 성과를 창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원들의 성장과 상호 소통, 가정의 행복을 돕기 위해서다.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자는 자신의 저서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실무자로 남아 있을 때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을 개발해내는 중요하나 중간 관리자로 올라서면 부하를 관리하고 협업 환경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며 “이건 인문이나 독서, 경험적 지식이 아니고서는 갖출 수 없는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대상(문체부 장관상)은 한국콜마가 받는다. 이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독서를 핵심 가치로 삼아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우수상(문체부 장관상)은 △독서를 통해 야근 없애기 등 조직 문화를 바꾼 성민네트웍스 △스타트업 기업 맞춤형 독서경영 활동을 추진 중인 아우름플래닛 △독서경영으로 직원 화합과 성장, 지역 상생을 추구하고 있는 월드비전 경남울산지역본부 △직원들의 자율적 독서활동을 적극 지원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어디서든’ ‘언제든’ ‘누구든’ 독서환경을 조성한 한국동서발전 등 5곳이 수상한다. 우수상은 고운세상코스메틱, 군포도시공사, 금천구청, 매일유업 주식회사,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일룸, 케이티앤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10곳이 받는다.
문체부 담당자는 “올해 신규 인증이 많아졌다는 것은 독서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를 통해 해당 인증 기업과 기관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직장을 중심으로 책 읽는 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