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재계는 그가 고(故)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 만큼 ‘뉴삼성’ 혁신을 앞세워 기술·인재 경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쥘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한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이날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의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의 승진은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이자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지 4년 만이다. 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자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2년 만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취임일로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날을 택한 점에 주목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9% 급감한 10조 852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공시했다. 이날은 이 회장의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재판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삼성의 위기 극복을 그만큼 시급하게 느낀다는 방증이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는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새 사령탑에 오른 만큼 뉴삼성 혁신 방안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 최고급 인재 영입·육성,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편, 수평적 기업문화 개선, 인적 쇄신 등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회장은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