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을 뛰어넘은 국내총생산(GDP)과 국채금리 하락에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61% 오른 반면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1.63%, 0.61% 내렸는데요.
특히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것이 다우와 S&P·나스닥의 흐름을 갈랐죠. 어제 예상을 밑돈 실적을 내놓은 메타가 24.56% 폭락했고, 이날 4.06% 급락한 아마존은 약한 매출 가이던스에 장마감 후 18%가량 빠져 거래됐습니다. 애플도 이날 3.05% 내렸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CS)는 40억 달러의 자본 확충 계획을 밝히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은행으로부터 지원 받겠다고 했죠.
이날도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강했습니다. 캐나다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낮았던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렸지만 최종금리는 더 낮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는데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오전 일찍 연 4.08%까지 올랐다가 한때 3.92% 선으로 주저 앉았는데요. 오늘은 ECB 상황과 함께 미 국채금리와 기준금리 경로, GDP,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美 3분기 GDP 실제로는 제자리 걸음 4분기 마이너스 가능성”…“GDP 물가 예상치 5.3%보다 크게 낮은 4.1%”
우선 예상치를 웃돈 미국의 3분기 GDP부터 살펴보죠. 이날 나온 미국의 3분기 GDP가 연환산 기준 2.6%로 월가 전망치 2.3%보다 0.3%p 높았는데요. 미국은 1분기 -1.6%, 2분기 -0.6%를 거쳐 이번에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GDP가 좋았던 데는 순수출의 역할이 컸는데요. 2.7%p의 기여를 했습니다. 3분기에만 수출이 14.4% 증가하고 수입은 6.9% 감소한 건데요.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의 주범이었는데 3분기에는 반대로 돌아섰죠. 그만큼 변동성이 큽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3분기에 미국 경제가 일부 회복했지만 세부 내역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공급병목 현상과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입약세가 없었다면 GDP 수치는 훨씬 약했을 것이다. 이례적인 부분을 빼면 경제는 본질적으로 제자리 걸음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좋지 않습니다. 3분기 소비자 지출 증가폭은 1.4%로 2분기(2.0%)보다 감소했기 때문인데요. 주택부문은 -7.4%를 기록해 전체 GDP를 1.4%p 갉아먹었습니다. 월가에서 중시하는 국내 구매자 실질 최종판매 역시 0.1%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2.1%)나 2분기(0.5%)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뚜렷하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는 증가 없이 평평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명목 GDP를 크게 만들었다. 4분기는 마이너스 수치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엘렌 젠트너가 이끄는 모건스탠리 팀은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지만 4분기 0.8%와 함께 3분기를 성장 정점으로 봅니다.
소비는 결국 노동시장과 관련 있죠.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7000건으로 전주 21만4000건보다 3000건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22만3000건)보다는 여전히 낮았는데요. 아직 고용이 강해 소비가 버티고 있지만 미국 국민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쌓아둔 초과저축을 거의 다 써버린 데다 실업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소비에 추가로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습니다. 제프리 로치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지출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며 “3분기의 긍정적 결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날 실적을 내놓은 맥도널드만 해도 동일매장 매출이 9.5% 증가했지만 중산층 고객들이 값싼 패스트푸드로 이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좋은 형태는 아니라는 거죠.
다만, 이번 GDP 보고서에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3분기에 GDP 디플레이터가 4.1% 오르는 데 그쳐 전망치(5.3%)를 크게 밑돌았죠. GDP 디플레이터는 경제 전체의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대상으로 해 총체적인 물가 변동을 보여주는데요. 주로 수출입 가격 변동(수입은 강달러, 수출은 유가하락) 덕이지만 그래도1분기(8.3%), 2분기(9.0%)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를 인플레이션 진전, 즉 정책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하락으로 봤는데요. 이안 린겐 BMO 캐피털 마켓의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GDP보다 놀라운 것은 GDP 가격 지수가 5.3% 예상이 됐는데 4.1%가 나왔다는 점”이라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피크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오늘 오전의 국채가격 반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채금리도 그렇게 반응했지요.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보면, 오전6시51분쯤에는 4.081%까지 치솟았다가 GDP 자료가 나온 8시30분에는 4.035%를 거쳐 한때 3.92%까지 하락했습니다. 정책금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2년 물 미 국채금리도 같은 기간 4.45% 안팎에서 이날 4.33%까지 떨어졌지요.
“ECB, 금리인상 후 최종금리 약 3%→2.65%”…“연준 역시 12월 금리 속도조절할 필요 있어”
이 같은 미 국채금리 변동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움직임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날 ECB가 0.75%p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였고 ECB가 추가 금리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도 꽤 내비쳤습니다. ECB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없애는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안내)를 하지 않았죠. 위원 3명은 0.75%p가 아닌 0.5%p를 원했다고 합니다.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거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분기 유로존의 경제활동이 크게 둔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데이터에 따라, 매 회의 때마다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런 내용에 3% 가까이 됐던 내년 ECB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2.65%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존 예상보다 더 낮은 최종금리는 더 낮은 국채금리를 의미합니다. 이날 ECB 결과 발표 전인 현지 시간 오후2시께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가 2.20%가량 됐는데 오후2시15분, 보도자료 배포 및 기자회견 시간 뒤에는 2% 선이 깨졌고 오후 늦게는 1.96% 안팎으로 하락했습니다.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 전체의 국채금리도 일제히 하향 곡선을 보였는데요.
양적긴축(QT) 관련 논의는 12월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2월에 QT의 원칙을 공개하더라도 구체적인 개시 시점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요. 레이몬드 제임스의 유럽 전략가 제레미 배츠톤 카는 “미국과 영국이 대차대조표의 크기를 줄이려고 하는 반면 ECB는 다른 경로를 따르려고 하고 있다”며 “ECB에 있어 더 큰 우선순위는 주변국과 핵심 회원국 간의 국채금리 차이(스프레드)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죠.
봐야 할 것은 ECB의 속도조절 전망과 그에 따른 국채금리 하락은 인플레이션이 잡혔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점인데요. 단스케 은행의 환율 애널리스트 라르스 메르클린은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 지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에 더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도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이날 GDP 디플레이터 수치가 낮게 나와 월가에 희망을 줬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끈적끈적하고 타깃(평균 2%)보다 크게 높으며 소프트 랜딩(연착륙)보다는 경기침체 쪽이 더 가깝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1970년 이후의 역사는 선진국이 8%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대한 전망이 매우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노동시장은 극도로 타이트하며 정부 부채비율은 최고이며 세계화는 더 이상 확산하지 않고 아마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속도조절에 대한 얘기가 여름 랠리를 포함해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나오는 게 사실인데요. 경기둔화 조짐이 늘어나면서 리스크 양상이 갈수록 인플레 우위에서 경기 우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2월 0.5%p 가능성에 대해 “지금까지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렸다”며 “이런 속도로 가면 결국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는 경기 리스크가 점점 커지게 돼 있어 12월에 0.5%p로 리스크 균형(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즉, 12월 0.5%p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말입니다.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확률도 54.5%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확언은 않은 채 0.5%p 가능성을 제시한 뒤 12월에 0.5%p를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전 예측처럼 11월에 이어 12월에도 0.75%p를 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0.75%p를 하지는 않겠죠. 결국 내려 오게는 돼 있는 겁니다.
관건은 12월 금리인상폭을 낮출 경우 증시가 급등하느냐인데 12월 경제전망에서 최종금리는 높게 유지하되, 달성 기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예를 들어 베이비 스텝(0.25%p)으로 5%까지 간다는 식으로 하면 인플레 리스크게 대응하면서도 경기둔화에 앞서 속도를 늦추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도 사실 좋지는 않은 형태다. 증시가 과도하게 오르느냐가 문젠데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만큼 예전만큼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준금리 기대와 반대로 가는 달러”…“안도랠리 가능 vs 기술주 약세에 연준 공격적 움직임 지속”
이날 월가에서는 연준의 속도조절 기대에 예상보다 강한 GDP가 겹치면서 연착륙이 가능한 것 아닌가하는 얘기가 또 나왔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의 경제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있지 않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갈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죠.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연간 2.6%의 속도로 확장하는 GDP는 미국의 견고한 성장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우리 경제가 매우 빠른 성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는 “만약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진다면 이에 대응할 재정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지요. 침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거죠.
실제 이날도 3개월과 10년 미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했습니다. 3개월 물이 4.04%를 보이는 상황에서 10년이 3.94% 정도였는데요. 뉴욕 SMBC 니코 증권의 조셉 라보르그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경착륙을 피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빠르게 피벗(정책전환)을 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몇 번의 행운이 더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빠른 피벗 가능성이 낮은데 거기에 몇 차례의 운까지 있어야 한다니 쉽지 않은 일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의 핵심지표가 회복력이 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침체를 걱정한다”며 “코로나19 초기에 소비가 몰렸던 업종이 가라앉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과 구글 같은 기술기업은 경기둔화를 여파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계속 기술주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메타에 이어 아마존도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전망치 1550억 달러가 아닌 1400~1480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마감 후 거래에서 폭락했는데요. 애플은 주당순이익이 1.29달러로 월가 전망치(1.27달러)를 넘었고 매출도 901억5000만 달러로 시장의 예상(889억 달러)을 깼지만 아이폰 같은 핵심 제품의 매출이 기대보다 낮았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증시 회복에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지만 빅테크 상황은 전반적인 경기둔화와 강달러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증시 전망은 엇갈립니다. 코너스톤 웰스의 CIO인 클리프 호지는 “GDP 데이터는 위험자산에 골디락스 수치”라며 “이럿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아마도 지나간 것 같다는 또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는데요.
차트 분석가인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설립자 케이티 스톡턴은 “9월에 증시가 매우 광범위하게 과매도됐다”며 “이는 베어마켓 사이클에서 여러 번 나타나며 이제는 여름에 봤던 안도랠리와 비슷한 수준의 랠리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코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는 올해 하락세가 컸기 때문에 내년에 최근 몇 년 래 가장 강력한 반등세가 올 수 있다고 하는데요.
반면 경기침체와 맞물린 약세를 점치는 이들도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기업들의 바이백이 줄면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바이백과 관련해 당초 5% 성장을 점쳤지만 이제는 -10%를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침체 시에는 -40%가 가능하다는데요.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CIO는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이것이 주식시장에도 좋을 것이라고 보는 건 좋다”면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은 계속해서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고 느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추가로 봐야 하는 것은 달러의 움직임인데요. 전날 109선으로 내려왔던 달러인덱스가 이날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110.62까지 올랐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분기 매출 성장률이 8%였는데 환율 문제(6%p 규모)가 아니었다면 두자릿 수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했지요. 그만큼 빅테크를 포함한 다국적 기업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폭이 낮아졌음에도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건데요. 지난 주 5%를 돌파했던 최종금리 전망치는 다시 5% 밑으로 내려왔고, CME 페드워치상 내년 3월 기준금리 예상치는 4.75~5.00%가 42.5%로 가장 많습니다. 1주일 전만해도 5% 이상 확률이 58.7%에 달했죠. 피오나 신코타 씨티인덱스 수석 금융시장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은 연준의 다음 움직임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며 “환율시장은 연준이 더 오랫동안 매파적으로 갈 것으로 보지만 주식은 덜 매파적으로 가는 걸 원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환율 문제는 미국보다 유럽과 다른 주요국의 경제가 더 약세일 가능성이 높은 측면이 있을 겁니다.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유럽 지정학적 위기 등이 달러화 수요를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데요. JP모건의 채권부문 국제 CIO인 아인 스틸리는 “연준이 아직 최종금리에 도달하지 않았고 미국 경제는 다른 경제권보다 더 회복력이 있는 것 같다”고 봤습니다.
여전히 시장에는 리스크가 많고 방향을 잡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메타 주식을 내일(금요일)까지 100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거래도 많이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인플레, 경기침체, 금융안정 이 세가지 리스크의 상황 변화를 계속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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