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든 리메이크작이든, 영화를 볼 생각이라면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지 않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된다.
2017년에 개봉한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는 보는 내내 반전이 끊이지 않는다. 논리 전개와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엔딩까지 이어지는 긴장감으로 호평받으며 이탈리아와 인도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서도 리메이크작(영화 '자백', 소지섭 김윤진 나나)이 나왔다.
성공한 젊은 기업인인 아드리안의 집에 초대된 백발의 여성, 그는 승률 100%의 변호사 버지니아다. 아드리안은 불륜 상대인 로라와 깊은 산속 위치한 호텔에 방문했다가 로라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썼다. 버지니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상황이다. 목격자가 나왔다며, 법원의 긴급 소환 명령이 떨어지기 전인 3시간 내에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이야기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드리안은 버지니아 변호사에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드리안의 회상과 함께 장면도 호텔로 바뀐다.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는 범인이 따로 있었다. 자신은 베일에 싸인 범인에게 협박을 당했고 그에게 속아 호텔로 오게 된 것이라며 로라도 그가 죽인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나는 당신보다 똑똑하다"면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으면 단 하나의 거짓도 빼지 말고 말하라고 압박한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기사 하나. 비에르게에서 청년 한 명이 실종됐다는 내용이다. 아드리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번에는 비에르게 숲길로 장면이 전환된다.
106분 동안 영화는 줄곧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아드리안이 하나씩 풀어놓는 증언에는 늘 반박이 가능한 논리적 허술함이 있었고 버지니아는 이를 아주 예리하게 꼬집는다. '승률 100%'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순 없다며, 진실을 숨기지 말고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말하라고 몰아세운다. 그때마다 달라지는 진술과 함께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진다. 그리고 영화 엔딩 직전에 마지막 반전이 드러나는데, 이 지점이 '인비저블 게스트'의 모든 것을 완성하는 최고의 반전 신으로 등극한다.
영화를 다 보았다면 흥분을 가라앉히자. 어차피 당신은 영화를 한 번 더 볼 수밖에 없다. 연출자가 영화 곳곳에 깔아놓은 치밀한 복선과 세심한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버지니아 변호사가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던 이유, 실종된 비에르게 청년과 아드리안-로라 사이에 있었던 일, 내내 냉정하고 침착했던 버지니아가 갑자기 흥분했던 이유. 그 밖에도 배우의 표정과 동선,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전부 복선이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그저 긴박하게 흘러가는 사건이지만 다시 보면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모든 것이 이해되는 치밀한 장치다.
이미 여러 번 리메이크작이 나온 터라, 영화 '자백'은 영리한 방향을 택했다. '인비저블 게스트'의 마지막 반전을 영화 중반쯤에 공개한 것이다.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로 궁금증을 더하며 한국만의 '인비저블 게스트'를 완성해냈다.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서며 호평 속에 흥행을 달리는 중이다.
연애 예능만큼이나 변호사 이야기가 요새 자주 등장한다지만 영화 '자백'과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는 완전히 새롭다. 치밀하게 잘 짜인 한 편의 연극을 본 느낌이다.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로(Oriol Paulo)의 이름에 믿음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인비저블 게스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복선과 반전이 깔린 스릴러 영화로 손색없는 영화들이 존재한다고.
넷플릭스에는 '세 번째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이탈리아 버전 '인비저블 위트니스'는 티빙과 왓챠 등에서 볼 수 있다. 인도 버전 '바들라(Badla)'도 기대되지만 안타깝게도 볼 수 있는 곳이 확인되지 않는다.
◆시식평 - 오리올 파울로, 확실히 기억하게 된 그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