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총평-팬데믹 시대와 건축

김정임 심사위원장

서로아키텍츠 대표






김정임 심사위원장

서로아키텍츠 대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은 서서히 사라지며 어느덧 새로운 일상의 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으로 인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예측 속에 존재했던 미래는 팬데믹을 기화로 슬그머니 현실이 되었고, 팬데믹은 건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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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람들은 발코니의 유용성을 재확인했다. 재택근무가 널리 퍼지면서 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을 쾌적하고 취향에 맞게 꾸미려는 욕구가 높아져 건축 유관산업 전반이 호황을 맞았다. 또 사람들은 집 근처 공원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이는 소위 전용면적이라고 부르는 기능실로 꽉꽉 채워진 건물이 아닌, 신선한 공기를 접할 수 있는 외부공간과 쾌적한 공용공간이 있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오래된 공원을 리모델링하고 고가 밑 자투리 공간에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들을 만들었다.

이처럼 팬데믹이 건축의 양상을 바꿔 놓은 가운데 진행된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예년처럼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준공건축물을 대상으로 민간, 사회공공, 주택, 신진 4개 부문에 총 330개의 작품이 접수됐다. 1차 서류심사를 통해 26개작이 추려지고, 3일간의 현장심사와 토론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상과 최우수상이 결정됐다. 심사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주된 선정 기준을 정리하자면 ‘건축물이 담은 메시지’와 ‘건축적 완성도’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수상작들의 특징은 ‘지역·규모·용도 측면에서의 다양성’과 ‘공공 건축의 약진’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우물 정(井)자를 확장 또는 변형시킨 평면이 많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건물 내부에 신선한 외기를 공급하고 사용성을 확장할 수 있는 외부공간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짧은 기간에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건축물을 돌아보며 건축에 대한 인식의 깊이와 건축적 완성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간부문에서는 의뢰인과 건축가가 함께 뜻을 세우고 오랜 시간 섬세한 궁리를 쌓아 완성한 결과물이 많이 보였다. 상대적으로 결과물의 품질 확보가 어려운 공공부문에서도 올해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배출된 것은 그간 다방면에서 노력한 분들의 수고가 결실을 맺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그간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학교 건축이 최근 다양한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다만 공공부문의 몇 작품이 현장심사에서 시공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로 수상작에서 제외된 것은 현재 공공발주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주거부문에서는 마을 스케일과 도시적 스케일의 조화로운 균형을 보여주는 대규모 주택단지부터 단지형 연립주택, 밀도 높은 단독주택작업 등 우리 주거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작품들이 많았다.

신진 건축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는데, 진지함을 견지하면서도 적당히 힘을 뺀 세련됨과 실험성을 균형 있게 구사하는 작업을 보며 우리 건축의 미래가 무척 밝다고 판단했다. 또 수도권보다 자원과 여건이 좋지 못한 지역에서 고군분투해온 건축가들의 역량이 무르익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뿌듯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 세계는 전염병과 전쟁, 인플레이션, 자국 우선주의, 그리고 기후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건축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자본에 종속되어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자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환경)은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여 의식을 바꾸는 요소 중 하나다. 변화의 시대를 맞아 전 시대의 거품들을 걷어내고 품위 있고 윤리적인 건축을 만드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일이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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