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명만 더, 한명만 더"…난간서 시민 올려 구조한 의인들

난간 다른 쪽에선 "그만 올리라" 고성 지르는 시민들도 영상에 담겨

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시민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올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시민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올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골목길에 갇힌 사람들의 손을 잡고 빼내 준 ‘의인’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31일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영상에 따르면 인터넷 방송인 ‘배지터’는 전날(29일) 생방송에서 이태원에 방문했다가 압사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배지터는 사고가 난 해당 골목에 진입한 뒤 인파 틈에 섞여 천천히 앞으로 휩쓸렸다.

그러다 한순간 사람들이 앞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골목엔 비명이 가득 찼고 사람들이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미 중심을 잃고 밀린 사람들은 “뒤로! 뒤로!” “밀지마”를 외치며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넘어져 겹겹이 포개진 상태였고, 정신을 잃은 사람들도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배지터는 길가에 있는 상점 쪽으로 몸을 틀었다. 곧 난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 구출을 요청해 가까스로 구출됐다. 벽에 기대 앉아 잠시 숨을 돌린 BJ는 한동안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아프리카TV 캡처.아프리카TV 캡처.


숨을 돌린 배지터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과 함께 인명 구조에 동참했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서로 끼어 있는 사람들을 위쪽으로 끌어 올렸다.



난간에도 점차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자 한 남성은 “올리지 마요. 이제 못 올라와”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여성도 “못 올라와요”라고 외쳤다.

관련기사



이들의 외침에도 구조가 이어지자 이 남성은 “그만 올리라고”라며 언성 높였다. 배지터는 이 남성을 바라보며 “한명만, 한명만”이라고 부탁했다.

남성은 “위에도 꽉 찼는데 무슨 소리야”라고 화를 낸다. 다른 사람들도 “못 올라와요”라고 거들었다. 배지터와 몇몇 사람들은 사람들 반대에도 구출을 이어갔다.

이 같은 BJ 배지터의 행동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 중이다. 네티즌들은 “의인이다”라며 그의 행동에 감사를 표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이태원 참사 생존자’라고 소개한 네티즌들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사고 현장을 빠져나온 경험담을 전했다.

한 네티즌은 “지옥이 있다면 거기라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도 안나고 가족 생각밖에 안 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사람들이 위에서 손 잡고 올라 오라는데 그렇게 눈물 날 정도로 고마운 손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살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진짜 깔려 죽을 거 같아 구멍으로 숨 쉬면서 울었다. 진짜 내가 죽는구나 싶어서 오열하면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 죽어요’ 했다. (난간) 위에 있는 언니 오빠들이 내 손 잡고 끌어올리고, 내가 친구 밑에 (있던) 끌어올리고, 친구가 밑에 (사람) 끌어올리고 그랬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이태원 인근으로 달려와 심폐소생술(CPR)을 도운 일도 속속 전해졌다.

한 국립병원 의사는 ‘블라인드’를 통해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CPR은 할 줄 아니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태원으로 갔다”고 밝혔다. 또 “심폐소생술 가능하신 분 손 들어 달라”는 한 시민의 도움 요청에 시민들이 우르르 달려나가 돕는 영상이 공개되는 등 이태원 참사 현장에 수많은 ‘의인’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윤재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