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참사] 단짝 친구가 나란히…"딸아 딸아, 어떡하니" 절규하다 쓰러져

전국 곳곳서 눈물의 발인

"정규직 사령장 놓아 두고 떠나"

단짝도 1시간 뒤 친구 뒤따라

"내년 공중파 드라마 데뷔인데"

슬픔 속에서 마지막 인사 나눠

1일 낮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1일 낮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사흘째인 1일. 희생자들을 보내기 위한 마지막 인사인 발인이 전국 곳곳에서 눈물 속에서 진행됐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수원시 연화장 장례식장, 전북 전주시 승화원, 부산 사상구 장례식장 등에서 발인이 엄수됐다. 희생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들이라 이날 발인식에 울려 퍼진 울음소리는 유난히 컸다.



광주 광산구의 모 장례식장에서도 희생자 발인이 열렸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 20대 청춘의 영정 사진 앞에는 생전에 그토록 꿈꾸던 정규직 사령장이 놓여 있었다. 은행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희생자 A 씨는 핼러윈을 맞아 초등학교 단짝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함께 참변을 당했다. 올 2월 입사 시험에 합격해 혼자 상경한 후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공부를 해왔던 A 씨는 최근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4일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 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 시장은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숨죽여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는 발인식에서 “딸아 딸아, 어떡하니 정말”이라고 울부짖으며 끝내 무너졌다. 국화꽃 봉우리로 양초를 끄는 발인제 마지막 시간이 되자 어머니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어머니는 꽃봉오리를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촛불 위에 떨어뜨렸다. 고인의 동생은 눈물을 삼키며 “내 언니가 돼줘서 정말 고마워”라며 힘겹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도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해지거라”며 딸을 먼 곳으로 보냈다. 마지막 자리를 지키던 10여 명의 친구들도 두 손을 꼭 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장례를 마치자 영정 사진을 앞세운 운구 행렬은 장지로 떠났다. 단짝 친구 B 씨의 발인도 같은 장례식장에서 1시간여의 시차를 두고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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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전 8시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도 30대 남성의 발인이 엄수됐다. 고인의 동생은 황망한 표정으로 영정을 들었고 어머니는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뒤따르다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안치실에서 고인의 관이 나오자 유족과 지인 등 20여 명이 일제히 흐느꼈다. 어머니는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가지 마! 아들아” “누가 널 데려가니”라고 오열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운구차가 떠난 뒤에도 어머니는 한동안 제자리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고인의 영정과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고인의 아버지는 절규하다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고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유족·친구들의 외침과 울음소리로 가득한 현장에서 운구차는 한참을 출발하지 못하다 장지로 떠났다. 이 씨는 2023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에서 공중파 데뷔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학생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을 보내는 슬픔과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대전 한밭대 합동 분향소에서 만난 희생자의 친구 C 씨는 시선을 휴대폰에 고정한 채 반복적으로 전화기 고리만 만지작거렸다. 그는 이날 오전 친구의 발인을 지켜봤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처럼 지냈던 친구였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든다”고 말하면서 믿기지 않는 듯 “이태원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를 방문한 재학생 이 모(23) 씨는 “사실 그날 사고 3시간 전에 이태원에 갔었는데,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하고 그날 재밌게 논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며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오께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스무 살 D 씨의 발인식에서 유족과 친구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비통함과 안타까움 속에 진행된 발인식에서 눈물을 참던 아버지는 막내딸의 영정 사진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은 채 흐느껴 울었다. 어머니는 “우리 딸 어떻게 해, 우리 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고인의 언니인 첫째 딸이 안아주며 슬픔을 삼켰다. 친구들은 영정 사진 앞에서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함께했다.


강동헌 기자·이건율 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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