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네옴시티







롯데월드타워와 비슷한 높이인 500m의 초고층 건물 두 개가 200m의 간격을 두고 마주 보며 사막 위로 170㎞가량 이어진다. 두 건물 사이에는 숲이 우거지고 물이 흐른다. 항공택시와 지하 고속철도가 집과 학교, 직장을 5분 안에 잇는다. 신재생에너지로 1년 내내 도시의 기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 홍해 부근에 건설되는 최첨단 친환경 도시 ‘더 라인(The Line)’의 미래 청사진이다. 이 신도시 외에도 두바항 부근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스키장을 갖춘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건설 사업 등이 네옴시티(Neom City) 프로젝트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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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환상적인 신도시를 2030년까지 완공해 900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네옴은 ‘새로운’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접두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나타내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새로운 미래’를 의미한다. 2017년 32세로 왕위 계승 1순위가 된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자해 두바이 모델로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사업을 완성하는 데 1조 달러(약 1420조 원) 넘게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첫 발표 당시에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허영 프로젝트’라는 등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高)유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초기 토목 공사는 이미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도 올해 무려 6.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제2의 중동 붐’이 예상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형 건설사들과 함께 원팀 코리아 수주단을 꾸려 4일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이다. 현재 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겸임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과 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달 중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산유국들의 인프라 건설 과정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을 도우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발목을 잡아온 규제 족쇄 없애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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