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3000억 원을 공동 투자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모빌리티 부문 강화를 위해 양 사가 ‘동맹’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과 롯데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는 KB자산운용도 참여한다. 이들 3사는 신설하는 합작법인에 총 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사는 SPC를 통해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를 충전 사업자에 임대하는 새로운 인프라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충전 사업자가 임대 사업 모델을 활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단기간 내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가 설치될 방침이다. 롯데가 인수한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업 중앙제어는 충전기 공급의 핵심 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의 전국 주요 유통 시설은 물론 현대차그룹의 영업 지점, 서비스 센터에도 충전기가 들어서게 된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의 이번 협력은 국내 충전 인프라 확대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전기차 충전소는 약 15만 곳인 반면 전기차 등록 대수는 35만 대 수준에 달한다. 더구나 충전 속도가 느린 완속 충전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속 충전기로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린다”면서 “전기차 성능이 개선되더라도 급속 충전기가 확산되지 않으면 전기차 보급 확산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SK·LG·GS·한화·LS 등 다른 주요 그룹도 충전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충전기 생산 기업 시그넷이브이를 사들였으며 LG그룹과 GS그룹 또한 애플망고를 올해 공동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