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운영사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중금리 급등에 대다수 벤처캐피털(VC)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에 신중한 상황인 탓이다.
2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지난 10월부터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성과를 맺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다만 신규 투자자 2~3곳과 투자 유치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내 투자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5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식으면서 에이블리의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달성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에이블리는 올 초 투자 유치 당시 약 9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15년 설립된 에이블리는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여성 의류를 주로 취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도입해 ‘맞춤형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을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이블리는 올 초만 하더라도 복수의 VC들이 투자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마케팅 등 비용 지출은 많은 반면 수익성은 낮아 지금처럼 유동성이 얼어붙은 시장 환경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VC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에이블리의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 몇몇도 이미 이번 후속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에이블리의 기존 FI로는 한국산업은행·LB인베스트먼트·스틱벤처스·SV인베스트먼트(289080)·캡스톤파트너스·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에이블리의 한 기존 투자자는 “적자 규모가 큰 플랫폼 기업에는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에이블리도 이번에는 투자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올 초 약 6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6개월여 만에 다시 자금 조달에 나선 황이다. 아직 적자 상태인 재무 조건과 더불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비용 지출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실제 에이블리는 매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 갈수록 악화해 사내 현금 고갈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만 에이블리는 전년 대비 80% 증가한 6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때마다 이뤄진 투자 유치를 통해 자본잠식상태를 간신히 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아직 에이블리가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라서지 못한 탓에 흑자 전환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블리의 경쟁사로 꼽히는 브랜디와 지그재그·무신사 등도 계속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일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이번 투자 유치는 올해 초 계획했던 것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에이블리는 수익성 개선을 원만히 이루고 있으며, 내년 중에는 월간 단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