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핵 보유는 유일무이한 北核 억제 수단…尹, 자주국방 의지로 추진해야” [청론직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핵 항모 상시 순환배치보다 나토식 핵 공유가 더 타당

尹정부, 정상외교서 또 실수 땐 '무능' 낙인 면치 못해

시진핑 1인독재로 베이징發 찬바람 한반도 몰아칠 것

美는 동맹이자 경제 경쟁국…국익 위해 할 말은 해야





북한이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7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각계에서는 북핵 대응 수단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식 자주국방의 길을 가려면 지도자의 결심이 요구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핵 보유만이 유일무이한 북핵 억지 수단이라는 확고한 소신과 자주 국방의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최근 미국과 논의 중인 핵항공모함 상시 배치 등은 비용 문제로 쉽지 않다”면서 “가장 현실적인 북핵 억제 대응 수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셰어링(공유)”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득점 과목인 외교에서 감점을 당하고 있는 것은 참모들의 역량 부족 탓”이라며 “실수가 더 나오면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와 관련해 “대륙의 독재자가 나오면 한반도는 항상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미국과의 전기자동차·원전 관련 마찰에 대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같이 가는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을 가진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박 전 대통령의 국방 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라면 지금의 북핵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는 ‘대화 있는 대결’ 원칙을 세우고 북한과 협상하면서도 한편으로 국방과학연구소를 만들어 오늘날 K방산의 토대를 놓고 핵무기 개발까지 추진했다. 당시 한국의 핵무장 시도로 한미 간에 신경전이 있었지만 우리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 주한미군 철수를 저지하는 반대급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때를 교훈 삼아 대화 있는 대결 정책으로 북한 핵에 맞대응해야 한다.

-지금 ‘박정희 벤치마킹’이 가능하겠나.

△박정희식 자주국방의 길을 가려면 결국 지도자의 결심이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핵 보유만이 가장 확실하고 유일무이한 북핵 억지 수단이라는 소신과 자주국방의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여야 정치권의 대립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단임제 대통령이 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것이 통치행위임을 윤 대통령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미 간에 논의되는 북핵 확장 억제 방안을 어떻게 보는가.

△이번에 나온 얘기가 24시간 365일 한반도 인근의 핵항공모함을 상시 순환 배치한다는 것인데 비용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 이미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논의했다가 접은 사안이다. 3조~5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국방 문제에는 정치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이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값싼 것은 역시 나토식 셰어링이다. 독일의 경우 지금 20개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데 처음 나토 5개국에 핵을 전개할 때 독일이 빠졌다고 한다. 당시 독일 국방장관이 나서 ‘우리를 못 믿느냐. 우리가 나토에서 취사병이냐’라며 노발대발해 핵 공유를 관철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핵 보유는 국운을 걸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혹자는 필요할 때 괌이나 오키나와, 일본 본토에서 핵무기를 가져오면 된다고 하지만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로케이션(위치)이 중요하다.

-핵 공유의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보는데.

△그래서 이를 공론화하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핵 보유는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다. 이렇게 중요한 레버리지 카드를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 개발을 시도해 주한미군 철수 저지를 관철했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특히 핵 공유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클 것 같다.

△국제 정치는 철저하게 ‘기브 앤드 테이크’ 원리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공짜는 없다. 다 교환하는 것이다. 중국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중국을 움직일 레버리지가 한국의 핵 무장 카드 외에 뭐가 있겠나. 북한의 7차 핵실험 이후에는 우리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전술 핵을 재배치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중국에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반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7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과 언제까지 확장 억제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자주국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를 100% 도와주겠는가. 한국과 미국이 혈맹인 것은 분명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미 외교를 우리가 벤치마킹해 자주국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전술 핵 재배치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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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나토에 핵무기가 들어왔다고 유럽 경제에 무슨 악영향이 있었나. 핵 공유 덕분에 되레 유럽 경제는 안정성을 더 인정받았다. 핵 때문에 한국 경제의 신인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진보 학자들과 일부 보수 성향 인사들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현실화한 마당에 더 이상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5년 임기 중 5개월이 지났고 그동안은 적응 기간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외교는 사실 대통령 입장에서 득점 과목인데 국제 무대에 나가서 자꾸 감점을 당하고 있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라인 참모들이 대통령을 잘 보좌해서 윤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주목받을 만한 외교적 결실과 굵직한 비즈니스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리는데 각국 정상들의 성향과 각국의 현안 등을 잘 살피고 리허설도 철저히 해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정상 외교에서 또 실수가 나오면 무능하다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놓고 한미 간 이해 충돌이 있는데.

△달라진 미국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잘 써왔지만 이제 강해진 중국의 맹추격을 당하는 데다 일자리도 잃었다. 미국 혼자 힘으로 국제 질서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깊은 동맹(딥얼라이언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런 미국의 변화에 대해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분석에 이어 어떤 자세 변화가 필요한가.

△최근 현대자동차 조지아 공장 기공식에서 70억 달러 투자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투자를 하면서 앞으로 몇 년간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왜 넣지 못했는지를 아프게 곱씹어야 한다. 지금 미국은 폴란드 원전 수주 문제에서 보듯 우리에게 가장 강한 경쟁자가 돼버렸다. 동맹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국이 우리와 같이 갈 것이라는 식의 순진한 생각을 버리고 이제 미국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같이 가는 동맹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당대회를 통해 ‘시황제’ 반열에 올랐는데.

△대륙의 독재자가 나오면 한반도는 항상 어려워진다. 독재자 마오쩌둥 시절에 한국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나. 다시 시황제 시대가 왔기 때문에 한반도에 베이징발(發)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올 것이다.

-시진핑 1인 체제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경제도 경제 논리대로 가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 공장을 짓고 수익을 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므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중국에 파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경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시진핑 독재 체제의 모순이 빈부 격차 등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우리에게 남북 관계 변화와 통일의 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외교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고려 때 탁월한 외교력으로 거란을 물리치고 영토까지 확장한 서희 장군 같은 인물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만약 서희 장군이 IRA 피해도 막지 못하는 현 정부의 외교 수준을 봤다면 통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최소한 외교관이 IRA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전에 알려줘야 하는데 외교 라인에 그런 전문적 식견을 지닌 외교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왜 외교 라인에 전문가 부재 현상이 생기는 것인가.

△한국적 특수성 탓이 크다. 인재란 모름지기 실력을 기준으로 등용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정치가 결합돼야 전문가 발탁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실력 있는 인재가 뽑히기도 어렵지만 본래 실력을 갖춘 인물도 정치화 과정을 거치면서 능력이 하향 평준화돼버린다. 서희 같은 인물의 발굴은 결국 지도자의 용인술에 달렸다.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정치와 결합된 인재 등용에 종지부를 찍고 실력이 출중한 외교관이 활약할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일신하면 좋겠다.



◆He is…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영훈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국가정보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북한 식량 관련 논문으로 응용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과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 등을 지내면서 ‘김정은의 핵과 경제’ ‘한반도 상생 프로젝트’ 등의 책을 썼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차관급)과 한국북방학회장을 지냈으며 통일부·국방부·농림부에서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고려대 행정대학원 통일외교학부 교수와 남북경제연구원 원장을 겸하고 있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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