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 속에 시중금리 상승이 지속되자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기피가 두드러지고 있다. 2차전지 믹싱 장비 업체인 윤성에프앤씨는 3일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기업 중 가장 낮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임상시험위탁(CRO) 전문 기업인 디티앤씨알오도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윤성에프앤씨는 이날 이틀간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최종 경쟁률이 1.7 대 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청약증거금으로 212억 원이 들어왔다. 올해 IPO에 나선 기업 중 청약 경쟁률이 2 대 1을 밑돈 곳은 윤성에프앤씨가 처음이다.
윤성에프앤씨는 애초 4000억 원대의 희망 몸값을 제시해 기업가치 1000억 원대 공모주가 즐비한 4분기 IPO 시장에서 ‘중형급’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달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보수적 접근으로 확정 공모가를 희망가보다 7.5~21% 낮춘 4만 9000원으로 결정했다.
공모가 기준 몸값은 3900억 원대로 내려갔지만 2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해 증시의 투자심리가 한층 얼어붙자 일반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디티앤씨알오도 이날 5.7 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표 주관사인 키움증권에 들어온 청약증거금도 177억 원에 불과했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22.7% 낮춘 1만 7000원으로 결정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셈이다. 증시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두 회사 모두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인식도 부각됐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윤성에프앤씨와 디티앤씨알오 모두 비교 기업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가격 부담이 컸다”며 “윤성에프앤씨의 경우 더블유씨피(393890) IPO 이후로 2차전지 공모주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한편 IPO 일정을 밝힌 기업 중 유일한 ‘조 단위’ 공모주인 바이오노트는 공모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한 달 미뤘다. 이달 7~8일로 예정했던 수요예측은 다음 달 8~9일로, 이달 10~11일에 계획했던 일반 청약은 다음 달 13~14일로 연기했다. 시장 상황이 크게 위축되자 바이오노트가 공모 일정을 미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바이오노트는 “상장 일정 재조정은 3분기 실적을 반영해 공모에 나서기 위함”이라며 “IPO 시장 위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바이오노트는 희망 시가총액으로 최대 2조 2870억 원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