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명문 음대를 조기 졸업하는 등 전도유망했던 한 첼리스트가 쓰레기로 가득 찬 고시원에 스스로 갇혀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버린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첼리스트 이준서씨(가명·35)를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애쓰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씨의 동생 A씨는 지난달 한 커뮤니티에 ‘친형이 7년째 은둔형 외톨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씨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건강이 크게 악화한 형을 꺼낼 마지막 방법을 찾고 있었다.
실화탐사대에 따르면 이씨는 예술고등학교 수석 입학, 각종 전국 음악경연대회 입상, 미국 뉴욕의 명문 음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등 전도유망한 첼리스트였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이었지만 이씨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미국 뉴욕 음대에 합격했다. 당시 지도교수는 이씨에 대해 “매우 의욕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첼로 연주 실력도 굉장히 뛰어났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높은 물가로 뉴욕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그마저도 햄버거로 때우는 날도 있었다. 마지막 학비는 이씨 아버지의 암 진단비로 썼다.
그렇게 3년 만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씨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3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일상생활을 이어가던 이씨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심장박동이 갑자기 멈추는 희귀병인 ‘브루가다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이때부터 첼로 연주에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부모로부터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 이씨의 아버지는 “엄마도 너무 답답하니까 애 가슴을 치면서 울고 있더라. 제가 엄마 대신에 때려주겠다면서 아들 어깨를 몇 번 내리쳤다”며 “그게 아이한테는 큰 상처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어머니와 크게 싸운 뒤 이씨는 집을 나가 고시원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잘못된 약물 처방이 심장병의 원인이라며 의료소송에 매달렸으나 2년 뒤 패소 판정을 받았다. 낙담한 이씨는 가족들과의 소통도 완전히 차단했다.
그러다 가족들이 고시원 주인의 연락을 받고 찾아갔다가 이씨의 방이 쓰레기로 가득 찬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브루가다 증후군’ 병원 치료마저 거부했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강제 입원이 불가능해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주민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가 주민센터 직원들에게는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본 이씨는 이내 문을 닫아버렸다. 아버지는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엄마, 아빠는 절대로 너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니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라는 말을 남기고는 준비해 간 선물들을 놓고 나왔다.
전문가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씨 입장에서) 세상은 나를 몇 번이나 버렸다. 본인은 거기에 대해 매우 큰 속상함과 자괴감을 갖고 있다”며 “부모님이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소통하셔야 되고, 상처 주지 않고 따뜻하게 계속 지지해준다면 마음이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