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위터 직원 절반 해고, 혐오·가짜 뉴스 방치 …머스크 극단경영에 유엔도 경고

하룻밤새 3700여명 실업자 신세

트위터코리아 직원도 절반 칼바람

콘텐츠 관리 팀원들 대거 해고에

폭력·차별 게시물 등 범람 우려

유엔 "인권이 경영의 중심돼야"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하루 사이에 트위터 직원 절반을 예고 없이 해고하면서 한순간에 3700여 명이 실업자로 내몰렸다. 특히 콘텐츠 담당 직원들까지 대거 해고해 혐오 표현이나 가짜 뉴스에 무방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머스크의 극단 경영에 유엔과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위터는 3일 늦은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전체 7500여 명의 직원 중 3700명가량을 해고했다. 샌프란시스코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4명 중 1명에 달하는 983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량 해고로 트위터의 직원 규모는 4년 전인 2018년 말(3920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콘텐츠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신뢰·안전팀의 15%가 잘려나갔고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윤리, 영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인권 등 거의 모든 부서가 대상이 됐다. NYT에 해고 상황을 전한 내부 직원들은 “재택근무자거나 출산휴가, 육아휴직 중인 사람도 많았다”며 해고 결정이 공정하지 않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당수 직원들이 해고 통지를 받지 못한 채 시스템 접속이 끊기면서 해고 사실을 인지했고 해고 통보에도 구체적인 사유가 없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트위터코리아 직원도 절반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가차 없는 상황에 유엔 차원에서도 트위터 직원들의 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5일 공개 서한에서 “내 관점에서는 인수 후 출발이 고무적이지 않다”며 “당신이 이끄는 트위터에서는 인권이 경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상황에 대해 “머스크가 세계 전체에 거짓말을 뿜어내는 수단을 사들였다”며 “미국에는 이제 편집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클레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머스크는 지금 경영자라기보다 최고혁신책임자에 가까운 수준으로 파괴적인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영감만이 아니라 안정성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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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트위터 계정 갈무리/일론 머스크 트위터 계정 갈무리


머스크는 해고가 진행된 4일 트위터 개인 계정에 “하루에 400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많은 이들이 3개월치 월급(퇴직금 명목)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고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는 법적 요건보다 50%나 더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직원을 50명 이상 대량 해고하기 최소 60일 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노동자적응·재훈련통보법(WARN)’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리사 블룸 변호사는 “현재 해고된 임산부 노동자들을 변호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WARN에서 명시한 대량 해고 요건에 해당할 경우 받을 통보를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관리 정책을 담당하는 팀원들이 상당수 해고되고 기존 경영진이 물갈이되면서 앞으로 트위터에 가짜 뉴스를 비롯해 폭력·혐오·차별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들이 범람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광고주들도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고 회사인 IPG는 소셜미디어 에이전시를 통해 당분간 트위터에 대한 광고 지출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콘텐츠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광고주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그룹, 화이자가 트위터 광고 게재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유나이티드항공도 당분간 광고를 끊기로 했다. 이를 두고 머스크는 “콘텐츠 관리 정책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활동가들의 압력으로 광고주들이 이탈해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고 했다.

한편 대량 해고 사태를 지켜보던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도 개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많은 직원들이 나에게 화가 나 있을 것”이라며 “직원 규모를 너무 빠르게 키운 내 탓"이라고 사과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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