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론] 법인세 비중 줄일 방안 마련해야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시장소재지 국가에 과세권 부여하는

OECD·G20 포괄적이행체계 초읽기

수출 주도형 韓, 세수 감소 불가피

소득·부가세로 대체 방안 고민해야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에 법인세 인하가 포함됐다. 현행 4단계 초과 누진세율 체계를 2단계로 축소해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하던 25% 세율을 22%로 인하하는 것이 법인세 개편안의 골자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흐름이며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 세수 증가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법인세 인하로 경제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이는 부자 감세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 개편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법인세를 인하했을 때 과연 기업의 투자가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해묵은 논쟁에 매몰돼 지루한 싸움만 하고 있기에는 법인세 과세의 새로운 기준 정립에 대한 글로벌 논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법인세는 원천지 과세 원칙이 적용됐다. 즉 국내에 고정된 사업장이 있는 경우에만 과세 당국이 해당 기업에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었다. 우리처럼 원자재·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는 수출이 성장할수록 법인세수 또한 증가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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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이러한 흐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에서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이행체계(IF)’가 바로 그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은 더 이상 고정된 사업장을 두지 않고도 전 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프랑스는 자국 고유의 검색 엔진이 없어 국민 대부분이 구글을 이용한다. 그러나 구글이 프랑스에 사업장을 두지 않아 프랑스 과세 당국은 구글에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고정사업장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소재지국에도 법인세 과세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디지털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권 논의가 시발점이 돼 이제는 제조업 기반의 다국적 기업으로도 논의가 확산됐다. 시장소재지국의 법인세 과세권을 세계적으로 합의한 것이 포괄적이행체계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설명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수출해 얻은 이익 중 일부에 대해 수출국이 삼성전자에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고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수출국에 납부한 법인세만큼 법인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제 개편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2021년 우리나라 국세는 총 344조 원이었다. 이 중 법인세수가 70조 원으로 20%를 차지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이 7조 7000억 원으로 법인세수 전체의 10%를 조금 넘는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71%로 포괄적이행체계가 시행되면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시장소재지국으로서 타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권을 갖게 된다. 다만 수출 주도 성장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수 감소가 예상될 뿐 아니라 과세 당국의 법인세 통제력 또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안정적인 세수입을 원한다면 법인세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이를 소득세와 부가세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법인세 인하 방침을 정치권이 정쟁의 도구로만 삼다가는 자칫 법인세 과세에 대한 글로벌 변화 추세를 제때 따르지 못해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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