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미국 증시는 S&P500은 주간 3.4% 하락한 3770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주간 기준 5.7% 하락해 하락률이 더욱 컸지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축기조를 강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일 종료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속도조절 계획이 확인됐습니다만, 그게 끝이 아니었지요. 기준금리 인상 기간은 더욱 길게, 목표 금리는 더욱 높게 잡을 것이라는 구상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제 시즌2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연준이 밝혔던 긴축 전략은 이른바 '프론트 로딩(front-loading)'이었습니다. 올려야 할 기준 금리 중 상당부분을 긴축 주기의 초반부에 크게 올리는 방법이지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월 FOMC 기자회견과 성명(statement)를 통해 사실상 프론트 로딩은 마쳤다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75bp(1bp=0.01%포인트)의 가능성은 남았습니다. FOMC 이후인 지난 4일(현지시간)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월 금리 인상 폭에 대해 “75bp(1bp=0.01%포인트)도, 25bp도 모두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습니다. 핵심은 이제 프론트 로딩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파월의 의장은 "(인상 속도를 늦출) 때가 오고 있다. 다음 회의일 수도, 그 다음 회의일 수도 있다"고 했지요.
연준은 ①인상 속도 ②최종금리 ③인상 기간 중 이제 2번과 3번에 더욱 무게 중심을 싣고 있습니다. 더욱 두려운 점은 최종금리와 인상 기간은 아직 열린 결말로 열어뒀다는 점입니다. 연준이 최종금리 판단 기준, 인상 중단시기 판단 기준을 외부에 설명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따라 계속 올라갈 것이란 추측만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 투자자들도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이 오르는 경우를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대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긴축 시즌2에 일어날 수 있는 주요한 투자 환경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높아진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의 가시화 △美 재무부 바이백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시티 "내년, 10% 이상 수익 감소할 경우 미 주가 출렁일 것"
금리 상승이 높고 오래 간다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어려워진 기간이 지속됩니다. 이는 비용 상승을 의미하므로 기업들의 매출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순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의미합니다. 이에 월가에서는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EPS)의 감소가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당장 주말 사이 골드만삭스는 내년 S&P500 기업들의 내년 EPS 성장 전망을 기존 3% 성장에서 0%로 수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EPS 전망은 기존 226달러에서 224달러로 △내년은 234달러에서 224달러로 △2024년 전망은 243달러에서 237달러로 낮추었습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7%, 0%, 5% 성장한다는 전망입니다.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시티은행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합니다. 시티은행은 지난주 내놓은 고객 메모에서 내년 EPS 성장률을 -5%에서 -10%로 전망했습니다. 만약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경착륙하는 경우 수익감소폭은 -20%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시티은행은 이를 'EPS경기침체'라고 하면서 지난 50년간 7번의 EPS경기침체가 있었고 이제 8번째가 시작된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이게 주가에 지금 반영되어 있느냐 일텐데요, 시티은행의 판단은 한자릿수의 EPS 역성장은 현재 가격에 반영이 돼 있고 두자릿수 이상의 경우 아직 반영돼있지 않다는 겁니다. 시티은행은 "일본과 유럽, 이머징 시장은 이미 두자릿수의 EPS 감소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니다"라며 "적정가치평가가 높이 잡혀있다는 의미는 미국 증시는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경우 더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시티그룹은 지난 7회의 EPS 리세션에서 평균 수익이 31% 감소했었는데요, 만약 이번에도 이 수준에 가까워진다면 현 시점에서 20~30%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 주목하는 업종도 에너지 주 등 실적이 받쳐주고 금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곳으로 바뀌고 있지요.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기술주 입장에서 연준의 긴축 시즌2는 더욱 부정적인 신호입니다. 적정 주가를 계산할 때 미래 수익을 많이 반영하는 기술기업들은 금리가 높아질 수록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1년 금리가 5%일 때 내년의 예상 수익 100원은 지금 95.24원원이지만 금리가 10%면 현재가치가 90.9원이 되는 이치입니다. 가파르게 오르는 것도 안좋지만 결과적으로 더 오랫동안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더욱 타격입니다.
사실상의 양적완화(QE) ‘재무부 바이백’, 기술주 구원투수 될까
만약 기준 금리의 경로가 연준의 예고대로 더 길게, 더 오래 간다고 가정할 때, 그나마 기술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미 재무부의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 개시입니다.
바이백은 말그대로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재무부가 되사는 정책입니다. 2000년 3월에서 2002년 4월에도 수행한 적이 있지요. 당시에 연방 정부가 예산 흑자를 달성하면서 남는 돈으로 정부의 채무인 국채를 바이백 하면서 미래 이자 부담을 줄였던 전력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나오는 재무부 바이백 논의는 그때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지금은 바로 국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현재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부족 문제는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 연준의 공통적인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
지난 4일 발간된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채권 유동성 문제를 미국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잠재리스크로 기재했습니다. 연준은 매년 2회 발행하는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투자펀드·연구기관 등에 대한 설문을 시행하는 데요, 이번에는 26개 기관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56%가 ‘시장 유동성 고갈과 변동성’을 향후 12~18개월 내 잠재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비중이고요 앞서 5월 실시한 같은 설문에서는 채권 유동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요.
바로 9월 영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현지 연기금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가 불거졌던 것이 미국 내 채권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글로벌주간뉴스는 그동안 연준의 속도조절론의 배경을 금융시장의 붕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드렸었는데요, 연준은 이번 보고서에서 “채권의 담보 기능을 고려할 때 유동성 부족은 자금 조달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마진콜을 겪는 상황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재무부도 걱정하는 바 입니다. 제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그동안 두 세차례에 걸쳐 "유동성 부족으로 미국 채권시장이 폭락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바이백 프로그램은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채권 수익률 상승 및 채권시장 유동성 감소→채권 기반 자금 조달 경색, 마진콜 증가→금융 시스템 부실 확산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죠. 바로 재무부가 채권시장에서 매수자가 되어 주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아직 명백히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 월가 안팎, 전직 중앙은행 종사자 등이 추정하는 바에 따르면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단기 채권(T-bill)을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시장에서 유동성이 경색된 10년 물 이상의 장기 채권(T-bond)을 매수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모기지 금리 등 각종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수익률을 집중 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재무부가 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연준의 양적완화(QE)와 비슷한 효과입니다. 바로 국채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국채 수익률이 낮게 관리될 수 있는 것이지요. 바이백의 규모가 클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국채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시중 금리가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나스닥 등 기술주에 유리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지요.
다만 시점과 실행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우선 재무부는 지난 3일 발표한 '채권 관리 전략' 발표에서 바이백을 위한 계획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1분기, 또는 5월을 전망하는 데요, 이는 유동적으로 보입니다. 재무부의 구상이야 연준의 긴축은 지원하되 바이백을 통해 금융 리스크만 핀셋 제거한다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QE와 동등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연준과 거꾸로 간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줄인 만큼 금융시장에 나타나는 효과를 더 판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만약 생각보다 채권 유동성 가뭄이 심각하지 않다면 굳이 나서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생각보다 빨리 경색된다면 내년 초에라도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주 인플레이션 지표 완화 신호 보낼까…'선거 후 랠리'도 관심
중기 변수도 중요하지만 결국 현재의 금리 인상 사이클의 모든 근원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면 금리 인상 기간이든 최종금리든 낮아질 수 있겠지요. 특히 이번주 8일 발표되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12월 FOMC 전까지 10월과 11월 두 달 치의 CPI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연준이 한 차례의 지표는 추세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12월 0.5%포인트로 금리 인상폭을 줄이고, 최종금리를 그나마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10월과 11월 CPI 모두 하락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위기가 좋지는 않습니다. 9월 CPI는 헤드라인이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이번에 나올 10월 전망치는 전년 대비는 7.9로 8% 아래로 내려오지만 전월 대비는 0.6%로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9월에 전년 대비 6.6%, 전월대비 0.6% 올랐는데요, 10월 전망치는 각각 6.5%, 0.5% 상승입니다. 적어도 오름폭이 커지진 않지만 완화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수준의 전망치입니다.
이번 달에 다시 휘발유 소매가가 오른 게 문제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휘발유 가로만 전월대비 상승률 중 0.2%포인트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몇달간 CPI 하락 요인이었던 유가가 다시 상승요인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는 11일 예정된 미시간 대학교의 소비자 신뢰지수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일단 전체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월 59.9에서 11월 59.5로 꺾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하위 지수인 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5.0%에서 5.1%로 늘어난다는 전망입니다. 미시간 인플레이션 기대 지표는 물가 상승이 일반 가정의 사고방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연준이 활용하는 자료인데요, 휘발유 판매가격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습니다.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이지요.
현재 연준기준금리 선물 시장은 최종금리 상단을 2023년 중반 5.25%로 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여러 지표상 맥락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의 책정은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외 8일 중간선거도 단기 변수로 꼽힙니다. US뱅크가 1962년 이후 현재까지 16번의 중간선거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간선거 직전 12개월간 S&P500지수는 평균 1.0%가량 빠지다가 선거 이후 3개월간 평균 7.3% 급등했으며 6개월 후에는 15.1% 뛰었습니다. 선거 이후 S&P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이 마지막이었는데요, 올해도 적용될지는 미지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