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29 참사 당시 경찰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정부의 사고 방지 대책 및 대응 체계에 공백이 있었음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에서 ‘경찰청으로부터 상세한 현황과 왜 사고가 났는지에 대해 보고 받지 못했느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전혀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안전·재난 관련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행안부 장관의 책임이 맞느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는 “그런 업무를 시행하려고 했으나 실행 못했다”고 말했다.
참사 다음날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해당 발언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판단이었다”며 “이 사건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재발 방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한 추측을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참사 당시 충북 제천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에 대해 “당시 주말이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을 미처 예측하지 못하고 그 시간에 서울 근교에서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결과론적이지만 경찰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상상했다면 기동대가 아니라 더한 경력을 투입했을 것”이라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지자체의 부실 대응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사고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 묻자 “주민에게 오후 10시 51분 문자를 (받았다)”고 답했다.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못 받았다”고 인정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열린 용산구청 긴급 대책 회의가 부구청장 주재로 열렸는지에 대한 김철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저는 취임 4개월 차 구청장”이라며 “부구청장이 주재하겠다고, 관례대로 하겠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심경을 묻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준비된 원고문을 꺼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현장에 도착해서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조 의원이 책임의 의미에 대해 거듭 물었지만 박 구청장은 “마음의 책임”이라며 사실상 구청장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참사 관련 특검 및 국정조사 실시를 놓고서는 여야 간 의견 차가 커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물러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예결위 참석에 앞서 “무엇보다 신속한 수사가 관건인 이런 대형 참사 사건의 수사에서 특별검사가 초동 수사 단계부터 수사하는 것은 진실 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