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사법 불신의 시대

■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변호사





‘사법 불신’의 시대다. 판검사의 개인적 일탈은 제외하고 보더라도 사법 불신의 전통적 어록인 ‘유전무죄 무전유죄’뿐 아니라 ‘사법 농단’ ‘선택적 정의’ 등 용어도 난무한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시작한 건 근대사회로 들어서고부터다. 신분이 보장된 검사와 판사로 하여금 소추권과 재판권을 분리해 담당하게 했다. 국내도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이니 공정한 재판을 위한 장치는 구비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 불신은 시간이 갈수록 한층 일반화되는 모습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하나로 사법 관료화에 따른 소통 결여를 꼽는 이들이 많다. 수십 년간 사법부의 관료적 성격은 공고해져 왔고 권위주의 시대의 관성 속에서 일반적 소통에 익숙해진 것이 문제의 소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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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 소통 관점에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관뿐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배심제·참심제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일정 범죄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재판부와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해 결과를 도출하는 시민참여재판은 사법부와 시민 간 쌍방 소통의 직접적 사례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조차 2020년도에 2건만 시행될 정도로 사실상 ‘고사 위기’다.

어느 나라든 재판이나 법률은 전문적 영역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의 교육과 시험을 거쳐 법률가 등 전문가를 양성한다. 그럼에도 왜 사법이라는 전문 영역에 비전문가인 시민들을 참여하게 하는 것일까. 사법의 민주적 통제의 일환이라는 견해도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되거나 위임되는 권력이지만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에 배심제를 통해 민주적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도출될 수 있고 사법 불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 시민참여재판의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이 감소된 원인으로는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한 점이 꼽힌다. 여기에 법원의 배제결정권 제도도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다른 선진국과 같이 중요 범죄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의무 시행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만 해도 일정 범죄에 대해서는 시민참여재판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검찰 기소에 대한 국민 참여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개선이 필요하다. 선택적 정의라는 정치적 공방도 사법에의 국민 참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영역인 사법을 전문가에게 맡겼지만 의뢰인인 시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면 해당 의뢰는 실패한 것이다. 사법에 대한 시민 참여 제도의 확대 개선이 필요하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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