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KIF)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예측하며 단기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감소와 신용경색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여부에 따라 금융 익스포저와 관련된 다양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예상보다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KIF는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년 금융동향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1%대의 성장률을 전망하며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 3.75%까지 올라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를 찍은 후 내년 3.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욱 KIF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우리나라와 주요국 정부가 긴축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이어가고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기 반등 모멘텀도 약화돼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IF는 지난해 전망 세미나에서 2021년도 성장률을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다. 박 실장은 “대내외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돼 경기 부진이 심화되는 하방 위험이 큰 편”이라며 “연구원의 경기 전환점 예측 모형에 따르면 이번 수축 국면이 1년 이내에 확장 국면으로 전환될 확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금융시장의 반등도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도 KIF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금융시장은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확인 시점까지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또는 기저 효과에 의한 반등은 2분기 이후에 일부 기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금융의 익스포저 확대를 경계했다. 지난해 9월 말 국내 비은행권 부동산 그림자 금융은 총 842조 원으로 2018년 말 대비 4년 만에 87.3% 급증했다. 이 실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관련 익스포저가 2018년 대비 104.8% 증가하며 시장 변동성과 취약성에 크게 노출됐다”며 “금융 업권별 자체 위기관리 노력과 정책 당국의 지속적인 현장 점검, 리스크 현재화 차단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기금융시장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김 실장은 “저신용·취약기업 기업어음(CP) 발행여건 악화 및 PF 유동화증권 차환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요구되며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급등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내외 지수 간 동조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파생결합증권 관련 손실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지목했다.
KIF는 금융시장 불안 확대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 성장성 둔화로도 이어지겠다고 내다봤다. 이순호 KIF 은행연구실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해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내년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도 낮아진 4%대로 전망했다. KIF는 내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을 18조 5000억 원으로 올해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실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채무 구조 조정과 기업 구조 조정의 효율적 추진이 은행의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및 저성장에 따른 부실 발생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고 선제적 구조 조정 추진 및 자산 건전성 제고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 및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 산업 전망도 보수적으로 추정됐다. 이석호 KIF 보험연금연구실장은 “내년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성장성이 둔화되고 수익성도 정체,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보험사의 경우 최근 들어 부동산PF 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