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바이든 "민주주의 위기" 호소에도…지지자들 "결과 걱정스럽다"

■美 전역 중간선거 투표 돌입…바이든 마지막 유세 가보니

"공화 이기면 現정책 모두 없앨것"

메릴랜드 찾아 '집토끼' 흑인 공략

예측기관마다 공화당 승리에 무게

민주 내부 "경제 외면 탓 판세 불리"

트럼프 "15일 중대발표" 출마 예고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7시(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메릴랜드주 보이주립대의 강당으로 들어서자 2000여 명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제히 일어서 환호성을 질렀다. 보이주립대는 메릴랜드 최초의 흑인 대학(HBCU)이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선 민주당의 웨스 무어 후보는 첫 흑인 출신 메릴랜드주지사로 당선이 유력한 인물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당수의 흑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이탈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의 마지막 여정으로 흑인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메릴랜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선거의 유세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질 여사는 ‘더 나은 미국을 건설하자(BUILDING A BETTER AMERICA)’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 앞에서 큰 목소리로 “투표를 할 준비가 됐느냐”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뜨거워진 열기 속에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태롭다는 것을 뼛속까지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순간”이라고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흑인들이 상당한 수혜를 받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들을 열거하면서 “공화당이 우리가 한 것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세장에 모인 인파는 연설 내내 열띤 환호와 박수로 화답하며 선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기자가 개별적으로 말을 건넨 민주당 지지자들은 판세가 쉽지 않음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지자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선거 결과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메이슨(53) 씨는 “나는 지난 35년간 공화당원이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면서 “트럼프는 선거를 부정하고 미국적인 사람이 아니며 애국자도 아니다. 헌법과 선거를 존중하는 쪽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여성 유권자인 자넬(23) 씨 역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 J D 밴스를 지원하기 방문한 오하이오주 유세장에서 “11월 15일 화요일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택에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혀 대선 재도전 관측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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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지막 유세를 끝으로 중간선거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면서 미국 전역은 8일 오전 6시부터 일제히 투표에 돌입했다. 개표는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부 지역부터 시작되는데 최종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원 초경합지인 조지아주의 경우 어느 후보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결선 투표(12월 6일)를 치러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의 최종 승패가 조지아주 결선 투표 이후에야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50석, 민주당 48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조지아주 2석을 두고 결선 투표가 치러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했으나 선거 예측 기관들은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를 취합·분석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538·대통령 선거인단 수를 의미)’는 7일 밤 기준 공화당의 하원 승리 확률을 84%, 상원 승리 확률을 59%로 집계했다.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상원에서 민주당이 44석, 공화당이 48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면서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워싱턴·콜로라도 등 8곳을 경합지로 분류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유리했던 상원 선거 판세가 급격히 바뀐 것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제 문제’를 등한시한 선거 전략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힐러리 로즌 민주당 전략가는 CNN 토론에서 “ 우리는 유권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고 (선거 날) 끔찍한(bad) 밤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권자들이 경제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할 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사전투표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플로리다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선거 사이트 ‘미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4350만 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해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전체 사전투표 수(3910만 표)를 훌쩍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사전투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선호해온 만큼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지도부는 기록적인 사전투표가 8일 전 세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릴랜드주 보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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