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바이든표 부양책·증세 '브레이크'…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중간선거 결과 따른 미국 경제 영향은

"공화 선전에 증세 물 건너가"

사회보장·메디케어 축소 등

재정지출 확대 차질 불가피

인플레 억제용 긴축 명분 줄어

연방부채 한도 협상 난항 예고

양당 정쟁땐 시장혼란 키워

사진 설명사진 설명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약진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온 경기부양, ‘횡재세’ 등 경제정책들에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정지출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극이 줄면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내년으로 예상되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에서 양당 간 정쟁이 벌어질 경우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8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확대재정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보험, 중저소득 가정 아동에 대한 세금 혜택 등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해당 법안은 아직 의회에 계류돼 있다. 그런데 의회에서 공화당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지출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보장제도와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주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가 축소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앞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릭 스콧은 “모든 연방지출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를 5년마다 투표에 부치자”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기록적인 수익을 낸 대형 석유회사에 부과하자고 주장했던 횡재세를 비롯해 부유층을 겨냥한 증세를 강행하기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부유층 증세에 소극적인 공화당이 의회에서 강력히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회사 앱투스캐피털의 데이비드 웨그너 매니저는 “공화당이 선전하면서 증세는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화당이 감세를 추진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 없이는 실행하기 힘들다고 CNN은 진단했다.

관련기사



이처럼 민주당 주도의 대규모 재정지출이 무산될 것으로 예고되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부양을 위한 민주당의 재정정책 실행 능력이 떨어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잠재적 이유 중 하나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정부 지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물가를 자극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졌을 것이지만 그럴 걱정이 덜어졌다는 의미다. 선거 직전 민주·공화당 모두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언급한 가운데 선거 종료 이후에는 양당이 연준에 인상 속도를 늦추라는 압력을 본격적으로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은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은 법으로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정해놓았으며 지난해 12월 이 한도를 31조 4000달러로 증액한 상태다. 10월 현재 미국의 부채는 31조 2000억 달러를 넘기며 상한선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 한도에 도달하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이 고갈되는 ‘재정절벽’이 닥쳐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의회의 한도 증액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초 부채한도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재무부의 특별 조치로 최소 몇 개월간 셧다운을 피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이 재정절벽에 직면한 상태에서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늘리는 대신 대규모 지출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공화당 측 제안을 민주당이 거부하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투자회사 잉걸스앤드스나이더의 팀 그리스키 투자전략가는 “공화당은 정부 부채 상한 협상을 정말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1년 당시 양당이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지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주식시장은 5% 이상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연준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앞으로는 미 의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