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의 ‘전파 매개 행위’를 처벌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 조항이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달 24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에이즈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2호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들이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에이즈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두 조항은 감염인이 혈액이나 체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 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9조는 ‘에이즈 감염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행하는 성행위,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25조 제2호는 ‘이러한 전파매개행위를 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체액'과 '전파매개행위'라는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등 의료제약기술의 발달로 에이즈를 전파하지 않을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도 사적인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보았다.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에이즈를 특정해 처벌하는 법이 질병 예방, 치료, 관리 및 지원 노력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의도적 전염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전염,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노출 및 감염 사실을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까지 범죄화하는 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소수자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