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 개정을 앞두고 올해 전국 주택 증여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집값이 하락하면서 증여세 산정 기준가격이 낮아진 데다 내년 과표 개정 시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가 늘어나는 만큼 그전에 증여를 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9일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거래 원인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주택 거래량 74만 8625건 가운데 증여 거래는 6만 5793건으로 8.8%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1~9월 기준)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이다.
전국에서 주택 증여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조사됐다. 올해 1~9월 서울 주택 거래는 총 7만 9486건으로, 이 중 9901건(12.5%)이 증여였다. 서울의 증여 거래 비중 역시 집계 이후 최고치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의 증여 비중이 2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종로구(21.1%) △용산구(19.5%) △서대문구(18.4%) △중구(16.1%) △송파구(15.8%) △서초구(14.9%) △양천구(14.6%) 등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주택 증여 거래 비중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금천구로 6.4%였다.
시도별로는 대구가 11.9%의 증여 거래 비중을 나타내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다음으로 △전남(11.6%) △제주(11.4%) △대전(9.4%) △부산(9.0%) △전북(8.7%) △경북(8.3%) △경기(8.2%) 등이었다.
주택 증여 비중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정부가 지난해 ‘2021년 지방세입 관계법률 개정안’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부동산 증여 시 취득세 기준을 ‘시가표준액’에서 ‘시가인정액’으로 바꾼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표준액은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공시하는 가격(공시가격)으로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이다. 반면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이내 감정가액·공매가액·매매사례가액 등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으로 공시가격보다 높다.
이 때문에 같은 가격의 주택이더라도 내년에 증여할 경우 세액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세금 솔루션 ‘셀리몬’을 통해 증여 취득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1가구 1주택 가정) 실거래가 46억 원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를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올해는 공시가격(26억 원)을 과세표준으로 계산해 증여 취득세가 9910만 원이지만 내년부터 적용될 시가인정액으로 계산하면 1억 7708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실거래가 18억 원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역시 증여 취득세가 올해 5213만 원에서 내년에는 6992만 원으로 증가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주택 거래 자체가 감소하며 절대적인 증여 거래량은 줄어들었지만 증여 취득세 기준이 변경되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증여세 산정 기준가격이 낮아지면서 증여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급매로 파느니 차라리 증여를 하자는 심리적 요소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