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TX, 고객 돈에도 손대…국내선 되레 불개미 몰렸다

100억弗 상당 자회사에 대출

유동성 마비 방아쇠 역할 한 셈

관련 암호화폐 솔라나·세럼은

김치 프리미엄 업고 거래량 쑥





암호화폐 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FTX가 고객 예치금에도 손을 댔다는 의혹을 사며 파산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94억 달러(약 13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는 바닥이다.



뉴욕 증시 상승 전환, 미국 물가 급등세 둔화 등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한숨을 돌렸지만 투자자들은 FTX 관련 암호화폐의 ‘단타’ 매매에 돌입했다. ‘FTX토큰(FTT)’ ‘솔라나(SOL)’, ‘세럼(SRM)’ 등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 매매가가 해외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25%에 육박했고 거래량은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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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X가 고객들이 예치한 돈 160억 달러의 60%인 100억 달러를 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로 넘겨 투자 목적의 자금으로 운용했다고 보도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다른 금융사에도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자금 운용은 FTX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거래소에도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기관으로서 신뢰에 구멍이 뚫린 만큼 업계 전체에 강력한 규제 명분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후 4시 25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3.97%가량 올라 1만 7367달러, 이더리움은 6.79% 오른 127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FTX 관련 암호화폐들은 국내 시장의 가격이 높은 ‘김치 프리미엄’으로 거래량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같은 시각 ‘FTX코인(FTT)’은 바이낸스에서 약 4265원(3.23달러)에 거래되는 데 반해 코인원에서의 FTT 가격은 바이낸스에서보다 약 27.8%나 더 높게 형성됐다. FTX의 투자를 받은 암호화폐 ‘솔라나’ 생태계에서 쓰이는 암호화폐 ‘세럼’ 가격 역시 해외보다 국내에서 6.73% 더 비싸다. FTX 사태가 터지면서 세럼은 8일과 9일 각각 전날보다 26%, 44% 급락했지만 현재 다시 상승세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아지자 국내에서 비싼 가격에 세럼을 팔고 나가려는 수요가 늘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업비트에서 360만~540만 세럼 수준이던 일일 거래량은 9일과 10일 각각 2억 275만 세럼, 3억 5992만 세럼 등으로 폭증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쟁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세럼 거래량의 절반(49.9%)은 업비트로 몰렸다. 솔라나 거래도 한국으로 몰리며 이날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솔라나 비중은 전체 솔라나 거래량의 13.5%로 바이낸스(12.1%)를 제쳤다. 리테일 시장이 큰 국내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해외에서 싼 가격에 암호화폐를 매입한 뒤 국내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투기 세력이 몰린 것이다. 루나 사태 당시에도 99%나 폭락한 루나의 보유자는 기존보다 세 배나 늘었었다.

한편 현재 국내 FTT 보유자는 9일 기준 약 6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산 보유 수량은 11만 개다. 다만 FTX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해왔던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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