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소장 등에 사실상 ‘수사 종착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 압수 수색 영장에 이 대표와 김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관계를 동반자·측근 등으로 기재하며 이 대표 이름만 수백 차례나 언급할 정도다. 검찰이 다음 주께 정 실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신병 확보에 주력한 후 이 대표를 둘러싼 배임, 제3자뇌물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서울경제가 확보한 김 부원장 공소장과 정 실장의 압수 수색 영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각각 57회, 102회 등장한다. 이는 당사자인 김 부원장(47회)과 정 실장(109회)의 언급 횟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 부원장, 정 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사이가 10년 넘도록 이어진 두터운 관계로 판단했다. 특히 정 실장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30년을 함께한 ‘정치적 공동체’로 봤다. 김 부원장은 ‘핵심 측근 그룹’으로 표현했다.
결국 이들 4명의 공통 목표가 이 대표의 정치적 성공, 즉 선거를 통한 당선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이 대표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팀과 엮이게 된 배경에도 정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목표가 있었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0년 9월 고액의 정치자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자금 조달의 방법으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약속했던 대장동 개발이익을 받아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우선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 공소장에는 그가 유 전 본부장에게 “이재명의 대선 예비 캠프에서 ‘조직’을 맡아 광주 등 남부 지방을 돌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대선 경선 준비 자금 마련을 독촉했다고 기재돼 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안양 박달동 탄약고 부대 이전 사업, 부동산신탁회사 설립 허가 등 요구 사항을 조건으로 경선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남 변호사의 청탁을 전해 들은 김 부원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불법 대선 자금이 오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정 실장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4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위례 개발을 계속하기 위해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선거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기재돼 있다. 또 이듬해 지방선거 무렵 대장동 시공사로 선정된 호반건설과 더감을 이용해 조성된 비자금 4억 원이 이기성 더감 대표→김 씨→유 전 본부장→정 실장 등에게 전달돼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 자금으로 제공됐다고 적혔다.
이외에 정 실장은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운동에 나섰던 남 변호사로부터 활동 현황을 수시로 보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남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을 위한 편의 사항을 유 전 본부장에게 요구했고, 이를 전달 받은 정 실장이 이 대표에게 보고해 성남시의 의사 결정에 반영됐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쓰여졌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