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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전쟁의 어리석은 비극…서부 전선은 정말 아무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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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


독일 소설가 에리히 레마르크가 1929년 낸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1930년 할리우드에서 제작됐던 영화가 2022년 독일에서 다시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1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전쟁의 어리석음과 비극을 그린다. 에트바르트 베르거가 연출하고 펠릭스 카머러, 알브레히트 슈흐 등이 출연한 영화는 내년 3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 국제 장편영화 부문에 독일 대표로 출품됐다.

1930년 발표된 흑백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당시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이후 1979년 한 번 더 소설 원작의 동명 영화가 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1917’(샘 멘데스)가 꼽히는데, 그보다 90여 년 전에 이미 걸출한 1차 대전 영화가 탄생했던 셈이다. 2022년 버전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전쟁의 참상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전한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포스터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포스터


1917년, 17세 파울(펠릭스 카머러)은 친구들과 전쟁에 자원한다. 그들이 향한 곳은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의 서부 전선. 전선에 투입되기 전까지 그들은 프랑스를 무찌를 생각에 들뜬 어린 청년들이었다. 그러나 전선으로 향하며 겪은 전쟁의 실상은 이들을 순식간에 비극으로 몰아넣는다. 쏟아지는 총알을 뚫고 바로 옆을 달리던 전우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전쟁터에서 파울과 친구들은 18개월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 기간 동안 배가 고파 가정집에서 오리를 훔치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그 와중에도 전선의 전우들과 나름의 취미로 일상을 보내고, 전쟁이 끝나면 어떤 일을 할 거냐 수다 떨며 우정을 쌓는다.

전쟁의 기세가 기울고, 독일군의 사상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독일 황제가 퇴위하는 등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독일 측은 프랑스를 찾아가 휴전을 요청한다. 항복하는 대신 프랑스는 모든 조건을 협상 없이 수용할 것을 요구해온다. 이들은 만나 휴전에 합의한다. 효력은 서류에 서명을 한 뒤 6시간이 지나면 발효된다. 휴전을 코앞에 두고 병사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기뻐하지만, 항복에 동의하지 않는 독일군의 사령부는 이들을 서부 전선으로 다시 몰아넣는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


제목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과 프랑스가 맞닿은 서부 전선이 전쟁 내내 고작 몇백 미터도 움직이지 않았음을 뜻하는 말이다. 참호전이 진행됐던 그곳에서 전선의 이동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쟁 내내 그곳에서만 3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고 비극적인지를 함축해 보여준다. 고요한 협상 장면과 처절한 전선이 교차되며 이런 비극은 더욱 강조된다. 서명 한 번에 지난한 전쟁을 그만둘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젊은 청년들이 원하지도 않는 전쟁에 몇 년 간 내몰렸는지 질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전쟁의 비극은 파울과 적군의 싸움 장면에서도 드라마틱 하게 드러난다. 파울이 자신이 죽인 적군의 품에서 가족사진과 인쇄공이라는 직업이 적힌 종이를 발견하는 장면은 이루 말하기 힘든 안타까움을 준다. 전쟁을 원치 않았고,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병사라는 점에서 같은 입장에 있는 이들이지만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스틸


영화는 전쟁을 둘러싼 인물들의 다층적인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협상에서 목숨은 숫자일 뿐이지만, 전쟁터로 끌려온 이들은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끝나지 않는 전쟁에 점점 지쳐간다. 마침내 휴전 소식이 들려오고 전쟁의 종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파울은 “수류탄으로 얼룩진 지난 2년을 양말짝처럼 치울 순 없다”라며 동료와 흐느낀다. 전쟁의 참상을 모두 겪고도 살아나가야 하는 인물의 내면을 그린다. 휴전을 15분 앞두고 무고한 병사들을 또다시 전선에 몰아넣은 독일군 장군은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새 시대를 직감하고 몰락하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공허를 느낀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전투 장면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참호에서 벌이는 진흙탕 전투 장면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실제 전투의 지난함을 짐작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탱크와 화염, 다수의 보병들이 나오는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실제 전쟁의 안타까움을 묵직하게 구현해낸 2시간 30분짜리 ‘전쟁에 대한 성찰’이다.

◆시식평: 탁월한 심리 묘사와 전투 장면으로 전달해낸 어리석은 전쟁의 비극

+요약


제목 :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감독 : 에드바르트 베르거

제작 : 어뮤즈먼트 파크

출연 : 펠릭스 캄머러, 알브레히트 슈흐, 아론 힐머, 모리츠 클라우스 외

장르 : 전쟁, 액션, 드라마, 밀리터리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47분

공개일 : 2022.10.20.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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