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학생이 입영을 앞두고 대체의학 분야인 척추교정술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며 병역을 연기해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유학생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9년부터 호주의 B대학에서 도수치료의 일종인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술)’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군 입대를 앞둔 A씨는 만 28세이던 2020년 12월30일 서울지방병무청에 2022년 3월15일까지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를 신청했다.
병역법은 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 중 2년을 초과하는 경우 만 27세까지, 의학과·치의학과·한의학과·수의학과·약학과 등 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의 경우 만 28세까지 국외여행기간 연장 신청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방병무청은 A씨의 연장 신청을 불허했다. B대학에는 별도의 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이 있어 3년 과정인 카이로프랙틱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A씨의 경우 유학사유 허가 제한연령은 만 28세인 2020년 12월31일까지라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서울지방병무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병역법에서 정한 일반대학원 의학과 과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우리가 아닌 유학 중인 나라의 교육체계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카이로프랙틱은 해외에서 정식 의학 분야로 인정되고 있어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의료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카이로프랙틱 석사과정이 일반대학원 의학과 과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사의 경우 최소 수업 연한이 6년제 대학 또는 4년제 대학원인 경우 우리나라 보건의료인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외국학교로 인정하므로 3년제 대학원인 이 사건 과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료, 치과 의료, 한방 의료에 속하지 않는 카이로프랙틱과 같은 대체의학은 병역법에서 정한 의학과에 포함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카이로프랙틱이 호주에서 의학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징집이나 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원고의 제한연령을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해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병역법 조항이나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비춰 타당한 해석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