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재직 당시 무이자로 빌려준 자녀의 학자금은 퇴직 후 상환해야할 대여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전력공사 퇴직자 A씨 등이 사측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한전은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무상 지원해오다 감사원의 권고로 1999년부터 융자로 형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직원들에게 자녀 학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 뒤 내부 규정에 따라 임금과 퇴직금에서 상환금을 공제했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이 A씨 등에게 그만큼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A씨 등은 퇴직 후 학자금은 전액 무상 지원이므로 급여에서 대부금 상환금을 공제할 수 없다며 회사를 상대로 상환금으로 공제된 부분 상당의 임금 및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사측은 A씨 등 퇴직자들을 상대로 대부금 미상환금 잔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퇴직자들이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을 당시 관련 규정에 따라 대부금 중 복지기금에서 지원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사측에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퇴직자들이 대부금 전액의 상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사측에 대부신청서나 차용증서를 작성해 학자금을 대부받았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문서에 기재된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학자금에 관한 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에게 지원된 학자금이 퇴직 시 반환을 근거로 한 대여금 명목이라는 의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부 계약의 해석은 모든 상황에서 일률적일 수 없으므로 계약이 체결된 경위나 목적, 처분 문서의 내용, 당사자의 의사 등 개별 사안에 따라 법원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