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이 또 다시 하락했다. 고물가 대응을 위한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하는 등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지율이 반등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해 10월 정권 출범 이후 최저인 37%로 나타났다고 14일 보도했다. 지난 달 아사히 조사보다 3%포인트 더 하락하며 40% 선이 무너졌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51%였다. 3개월 연속 기시다 내각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넘어선 모습이다.
20~30대 젊은 세대와 무당층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20대와 30대에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각각 29%와 33%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 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관련 이슈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고 대규모 경제대책을 발표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에 나섰음에도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달 통일교와의 접점이 확인된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정·재생상을 사실상 경질했다. 최근에는 전기·가스요금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종합경제대책까지 발표하며 지지율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최근에도 하나시 야스히로 법무장관이 본인의 직무를 ‘사형 집행에 도장을 찍을 때나 뉴스에 나는 일’이라며 경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낙마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 가까이는 기시다 총리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집권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답한 이가 59%에 달했다.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 논란은 여전히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문제를 둘러싼 기시다 총리의 대응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평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67%로 집계됐다. 동일한 질문을 한 8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65%, 9월 66%, 10월 67%로 유사했다. 통일교 이슈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대응 방식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는 의미다.
기시다 총리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는 지난 4일 통일교로 피해를 본 이들을 금주 내로 만나겠다고 밝혔으나, 한편으로는 통일교 문제로 경질된 야마기와 전 경제재생상을 자민당의 코로나19 감염증 대책본부장에 기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야마기와 전 경제재생상 관련 인사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자민당 지지층 역시 10명 중 7명은 해당 인사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