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재유행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로 부진해진 개인 소비와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1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올해 3분기(7~9월)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실질 GDP가 역성장한 것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0.3% 증가로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현 추세가 1년간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산출하는 연율 환산 GDP 성장률은 -1.2%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수입물가가 치솟으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기간 수입은 5.2% 증가한 반면 수출은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수도 기대 이하였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 탓에 주춤하면서 전 분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도 1.5%로 직전 분기(2.4%)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코로나19로 멈춰선 기업 투자가 생각만큼 빠르게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실적 악화로 본격적인 투자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 제조 기업의 올 하반기(2022년 10월~2023년 3월) 순이익은 전년 대비 2% 줄어 2년 반 만에 감소세 전환이 예상된다. 원료 수입비용 상승 등 엔저의 부정적 영향은 커지는 반면 기업 이익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는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구치 하루미 스탠더드푸어스(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급격한 엔저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부담을 수출 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경제의 반등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고토 시게아키 경제재정·재생상은 향후 경제정책 등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서방의 긴축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후퇴 우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