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여행자가 체험 영상 올려 '마케터' 활약…OTA 판 바꿨죠"

[CEO&STORY] 영상 기반 커뮤니티 여행 플랫폼 만든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글로벌 OTA '익스피디아'서 근무하며

관광 빅데이터·금융융합 플랫폼에 주목

韓서 결제하는 수수료만 3조 규모 달해

"국부 유출 구조 바꾸자" 국내서 창업

체험·경험 중시 MZ세대에 포커스 맞춰

영상 통해 상호 소통하는 사업모델 만들어

거래액 최대 1% 영상 공유자들에 지불

사용자가 업로드한 동영상 30만개 넘어

올 누적 거래액 580억…흑자 달성할 것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권욱 기자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 권욱 기자




“2013년 미국 코넬대 유학 중에 현지 스타트업 경연 대회에 참가했었어요. 제가 수상한 아이디어는 여행자들이 특정 지역 숙박시설에서 가진 경험을 알리면서 마케터 역할을 하는 대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익스피디아 관계자를 만났죠.”



14일 서울 강남구 트립비토즈 본사에서 만난 정지하 대표는 자신이 플랫폼 여행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로 인터뷰를 풀어갔다. 관광 관련 학과를 공부했고 플랫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핵심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플랫폼 사업은 항공사·호텔 등 공급자와 함께 여행을 하는 소비자까지 모두 염두에 둬야 하는데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당시 유저 입장은 파악했지만 공급자를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만난 익스피디아 관계자의 소개로 2014년부터 익스피디아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온라인여행사(OTA)인 익스피디아는 부킹닷컴 등과 함께 사실상 전 세계의 호텔 등 여행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 관광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제가 맡은 일은 호텔을 익스피디아에 등록하고 이들 객실을 소비자에게 파는 일이었어요. 그러면서 플랫폼에 이런 공급자를 끌어들어는 시스템을 파악했지요.” 정 대표는 이후 2017년 8월 자신의 회사인 트립비토즈를 창업했다.

익스피디아에서의 근무는 검색엔진과 결제를 기반으로 한 여행 플랫폼 시스템에 대해 본격적으로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들 플랫폼은 그 당시 한국의 많은 오프라인 여행사와는 크게 달랐다.

관광 빅데이터와 금융을 융합한 새로운 플랫폼 산업의 태동에 주목하게 됐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가 OTA에서 결제하고 실제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까지 대략 90일이 걸리는데 그동안 플랫폼들은 이들 숙박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며 “2019년에 이런 자금 규모가 30조 원이나 됐다. 즉 여행 플랫폼은 사실상 금융회사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에 이들 외국 플랫폼이 한국에서 결제하는 수수료만도 3조 원이었다. 외국 플랫폼들의 득세로 그런 규모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관광의 성장을 위해서는 토종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트립비토즈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편리한 OTA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영상 기반의 여행 커뮤니티를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메타버스 여행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체험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20~30대 MZ 세대 여행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호텔에 방문한 여행자들이 생동감 있는 쇼트폼(짧은 영상)을 올리도록 유도하면서 이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며 “회사에서는 이에 대해 대가를 지불한다”고 말했다.

트립비토즈의 사업 모델은 호텔 이용자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해 이를 트립비토즈 애플리케이션에서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다른 사용자들은 영상을 즐기고 좋아하는 영상 속 숙소도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영상이라는 간접경험을 통한 숙박지 검색과 동시에 선택이 이뤄지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앱에서 자신의 호텔 예약 내역, 트립톡, 여행 영상 등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영상을 올리는 여행객들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한다. 동영상은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을 종합해 순위가 매겨지고 동영상 순위 상위자에게는 ‘트립캐시’라는 대가가 주어진다. 트립캐시는 트립비토즈에서 예약할 때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여행하면서 돈을 버는 ‘T2E(Travel to Earn)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트립비토즈 거래액의 최대 1%까지 영상 공유자들에게 지급된다.

트립캐시는 일종의 회사 마케팅 비용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호텔에도 이익이다. 사용자들이 올린 동영상을 통해 호텔이 홍보되기 때문이다. 호텔들이 공급자로서 트립비토즈에 참여하는 이유를 만든 것이다.

“트립비토즈의 여행자들이 마케터로서 디지털 세상에서 노력의 대가로 보상을 받는 선순환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소통하고 또 쉽게 검색해 호텔을 예약할 수 있게 했습니다. 2013년에 처음 구상한 소비자와 공급자가 함께 혜택을 받는 아이디어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기존 익스피디아 등 1세대 OTA와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기존 OTA들은 여행 상품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찾아주는 양적인 구조로 지금까지 성장해왔어요. 지금은 여행의 질적인 성장을 돌아볼 때입니다. 여행자들이 스스로 참여해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식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관련기사



트립비토즈는 이미 호텔 등 숙박 부문 플랫폼에서 야놀자·여기어때 등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정 대표는 자신한다. 다만 타 플랫폼들과 달리 교통·투어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슈퍼 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트립비토즈는 호텔 하나만 팔 예정이다. 여행 시장의 80%가 숙박이다. 즉 호텔만 가지고도 충분히 우량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며 "전 세계 호텔 가운데 체인 호텔이 아닌 것이 98%인데 이들은 여전히 트립비토즈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립비토즈의 빅데이터를 언급하며 “현재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업로드한 동영상이 30만 개인데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영상 콘텐츠가 100만 개 이상 쌓였을 때 무시할 수 없는 트립비토즈만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트립캐시를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편의점 등에서 트립캐시를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립비토즈의 여행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에서도 콘텐츠를 만들어 대가를 받는데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가장 높은 랭킹 순위자는 약 900만 원의 트립캐시를 벌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여행 플랫폼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로 여행도 아직 그런 수준”이라며 “관광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다양한 경험과 이력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서울외국어고 중국어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바텔대 호텔경영학과를 다녔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가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 석사를 마쳤는데 그때 트립비토즈 모델을 구상했다고 한다.

전문 정보기술(IT)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플랫폼을 창업한 것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대표는 여러 가지 전문 분야와 사람들을 잘 묶어줄 수 있는 역량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박성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라쿠텐 한국지사장을 지냈고 장용숙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SK커뮤니케이션에서 검색·추천을 개발했으며 김준식 최고전략책임자(CSO)는 KT 동영상 플랫폼 기획 총괄을 맡았었다.

그동안 여행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했지만 트립비토즈는 계속 성장했다. 2019년 4억 원으로 시작한 매출은 지난해 25억 원으로 불어났다. MZ 세대의 적극적 참여로 사용자 생성 영상 수는 2019년 1404건에서 2021년 7만 5082건으로, 호텔 예약 수는 같은 기간 1만 6274건에서 16만 8492건으로 각각 늘어났다. 이를 통해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거래액은 580억 원이었다. 정 대표는 “올해부터는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립비토즈(Tripbtoz)는 ‘여행의 B부터 Z까지 해결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처음 원하는 ‘A’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회사의 비전을 의미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9월 27일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정 대표에게 ‘국무총리표창’을 수여하며 공적에 대해 “시각특수효과(VFX),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여행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He is

△1986년 서울 △서울외국어고 중국어과 △2004년 프랑스 바텔대 호텔경영학과 △2007년 현대C&I 정보기술팀 △2013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 석사 △2014년 익스피디아 한국지사 마켓 매니저 △2017년 트립비토즈 창업 및 대표이사 △2019년 포커스라이트 마켓 애널리스트 △2020년 우수 관광 벤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 △2022년 ‘관광의 날’ 국무총리표창 수상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권욱 기자


최수문기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