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체(민들레·더탐사)의 10·29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의 강성파 의원들은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부 여당이 야당을 겨냥해 ‘2차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야당은 명단 공개를 포함한 명확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무능 정부’라며 맞서고 있다. 일부 유가족들은 해당 매체에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한 곳도 공식 항의의 뜻을 밝혀 후폭풍이 전방위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유족에 대한 2차 좌표 찍기”라며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매체에 대한 형사 고발도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특히 온라인 매체 ‘민들레’의 준비위원에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여하고 칼럼진으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포함돼 친야 성향을 띤 매체라는 점에서 여권은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이달 7일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사진·프로필을 확보해야 한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 의원은 “(메시지 제안에) 거부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고 주장해 사실상 당론에 가깝게 받아들여졌다.
명단 공개 후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은 공식회의 등에서 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강성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는 국회 본청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연좌 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희생자 온라인 기억관’ 개설도 공언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뚜렷한 기준 없이 추모마저 축소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훈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어 (명단을) 찾아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TF 단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도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느꼈던 트라우마를 배려하지 않은 공감 제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